출생과 관련된 지난해 통계에는 대부분 ‘사상 최악’이란 꼬리표가 달려 있다. 출생아 수와 출산율이 나란히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7년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 수는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소치였다. 한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인 합계출산율 역시 지난해 1.05명으로 사상 최저치다. 우리나라는 지금 그야말로 ‘저출산 쇼크’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인구 정점 시기 앞당겨지나
1970년 100만 명을 넘었던 연간 출생아 수는 지난해 35만7700명으로 4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출생아 수에서 가장 중요한 합계출산율은 전년보다 0.12명(10.3%) 줄어든 1.05명까지 떨어졌다. 현재 수준의 인구가 유지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출산율을 회복할 수 있는 지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국내 30∼34세 가임기 여성의 수는 164만9000명으로, 10년 만에 18.8%가 줄었다. 이를 출생아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산모의 평균 연령도 32.6세로 10년 동안 2세 늘어났다. 여성의 수가 줄어드는 데다 아이를 늦게 낳으니 출생아 수는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혼인하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26만4500건으로 2016년(28만1600건)보다 6.1%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5년 안에 인구 감소가 시작될 수 있다. 통계청은 2016년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서 출산율이 중간 수준일 때는 우리나라 인구가 정점을 찍는 시기를 2031년으로, 최저 수준일 때는 2023년으로 내다봤다. 최저 수준일 때는 합계출산율을 1.07로 가정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이보다 낮은 1.05를 기록한 것이다. 인구 정점 시기가 2023년보다 빠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2016년에 가정한 최악의 시나리오상 국내 인구가 2023년에 정점을 찍고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지만 현재의 출산 감소 속도는 이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 12월 출생아 수(2만5000명)가 사망자 수(2만6900명)보다 적어 월간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인구 감소가 본격적인 인구 감소 신호탄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12월에는 통상 출생아 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 인구 감소 ‘연착륙’ 준비하는 정부
전문가들은 현재 추세를 감안할 때 보육 등 복지 확대 중심의 저출산 대책은 한계에 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인구 구조상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이 동시에 하락하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남성의 육아 참여 활성화 등 사회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지 못하면 출산율 반전은 이루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금까지 한 번도 발표한 적이 없는 ‘저출산 연착륙’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2015년 발표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을 대폭 수정해 10월경 저출산 장기화에 맞춘 기본계획을 다시 내놓을 계획이다.
여기엔 인구 감소를 거스를 수 없는 현실로 인정하고 인구 감소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는 한편, 인공지능(AI)과 로봇 활성화 등으로 달라진 노동시장과 사회구조에 맞춰 국가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계획이 담긴다. 이에 앞서 정부는 이달 말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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