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28일 고 이태석 신부의 수단 선교지에서 발생한 여신자 성폭행 시도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주교회의는 국내 16개 교구의 협의체로 대내외적으로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한다. 주교회의가 사과문 형식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 대주교는 ‘한국 천주교 사제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사죄하며’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주교들은 한마음으로 성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물론 이번 사태로 인해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하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교회는 사제들의 성범죄에 대한 제보의 사실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 교회법과 사회법 규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대주교는 “사제들의 성적 일탈과 위선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교우와 국민에게 용서를 청한다”며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30여 분 동안 3차례나 허리 굽혀 인사하며 사죄의 뜻을 밝혔다. 김 대주교는 한모 신부에 대한 정직 징계가 가볍다는 지적에 대해 “이후 추가 절차가 있을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피해자가 요구한 사제 성폭력 전수조사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천주교는 각 교구가 각자 활동하는 ‘교구 독립제’라 교구별로는 파악하고 있지만 전체 통계를 구하기 어렵다. 김 대주교는 “5일에 열리는 춘계총회에서 정보를 공유하면 공동 대책이 나올 수 있다”며 “오이밭에서 신발끈을 매지 말라고 했다. 총회에서 원칙은 물론 구체적 내용까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가톨릭대 총장인 김유정 신부는 한 신부를 두둔하는 뉘앙스의 글을 온라인에 써 눈총을 받았다. 김 신부는 “그가 사회 정의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한 까닭이 죄에 대한 보속(속죄)의 의미”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현재는 ‘2차 가해’라는 항의를 받고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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