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청년층의 구직난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취직을 한 뒤 불과 1,2년 내로 이직하는 조기 이직도 직종에 따라 최고 30%에 이른다는 조사가 나왔다. 구직난과 높은 조기 이직률은 서로 모순되는 현상이다.
왜 이런 일이 빚어질까.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은 가운데 장기적으로 자신의 적성 능력 비전 등을 기반으로 한 ‘생애 진로’에 대한 구상을 할 겨를이 없이 일자리 찾기에 급급한 것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젊은층은 이럴 때일수록 직업과 직종의 특성을 보다 잘 파악해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직업 선택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대학교나 중고등학교부터 ‘생애 진로’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젊은 층 선망 직종 중의 하나인 항공기 승무원을 선발해 고용하는 항공사 대표의 현장에서의 경험과 예비 사회인을 기르는 대학의 전문가 의견을 들었다.
이스타항공 최종구 사장 '하늘 나는 승무원' 낭만적 환상 버리고 힘든 '감정 노동 근로자' 현실 알아야…
“높은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타고 근무한다는 낭만적인 생각만 갖고 항공사에 들어왔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고민하거나 이직하는 직원도 없지 않습니다.”
저비용(LCC)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의 최종구 사장(54)은 지난달 27일 강서구 양천로 회사 회의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어려서부터 꿈을 키워오다 200∼300 대 1의 어려운 경쟁을 뚫고 입사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힘들게 다니거나 끝내 버티지 못하는 사회 후배들을 보면 안쓰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서울의 한 대학을 졸업하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한 일반직 직원이 인천 공항의 카운터와 탑승구 근무를 하다 6개월 만에 사직서를 낸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연발착에 항의하는 승객들을 응대하는 경험을 몇 번 하다가 “항의하는 사람들이 무서워서 더 못하겠다”며 거듭된 만류에도 끝내 그만 두었다는 것.
최 사장은 “항공 업종에 10여년 근무하면서 객실 승무원은 연예인, 정치인과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사람들의 요구에 자신을 맞추려고 하는 ‘서비스 정신’ 또는 그 분야만의 ‘끼’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세 분야가 비슷하다는 것. 특히 객실 승무원은 국적 인종 언어 문화 등이 다양한 전세계인을 만나는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승무원이 되기에 적합한 요소 3가지를 꼽으라면 시차를 넘나들며 높은 고도에서 장시간 비행할 때 필요한 건강, 외국어 구사 능력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능동적으로 만날 수 있는 적극적인 마음가짐”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신입 사원 선발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데 울렁증이 있거나 무뚝뚝한 성격인 사람은 ‘감점’ 요인이고 우울증이 있거나 염세적인 성향인 사람들은 많은 사람의 안전과도 관련 있는 항공기에서 근무하는 운항 승무원에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최 사장이 대학의 항공 관련 학과 등에서 장래 희망으로 승무원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특강을 할 때 꼭 빼먹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승객들에게 늘 밝은 미소로 응대하는 객실 승무원은 교육과 훈련만으로는 불가능하고 개인 스스로 적합한 성격과 ‘끼’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보기보다 힘든 ‘육체 감정 근로자’라는 것.
최 사장은 대학생들이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자신에 맞는 직종과 직장을 찾기 위한 한 가지 방안을 제의했다. 자신이 대학에서 특강을 하듯 관련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거나 근무했던 사람들을 초빙해서 얘기를 듣고 질의응답도 하면서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하고 있는 각종 ‘취업 대비반’ 활동을 보다 활성화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최 사장은 자신도 보험, 제조업 등을 거쳐 항공사로 왔다면서 “취업난의 시대일수록 더욱 도전적이고 자립적인 마음을 기르는 것이 그 어떤 진로 교육을 받는 것보다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부모에 의존해 자기 결정력이 떨어지고 소극적인 ‘캥거루족’은 사회의 찬바람을 이겨내기 어렵다고 충고했다.
최 사장은 신생 ‘저비용 항공사’의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이스타항공은 ‘일자리 창출 유공 정부 포상’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한국표준협회로부터 ‘2017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조사에서 저비용항공사 부문 1위에 선정됐다.
건국대 교육공학과 박성열 교수 빠르게 분화하는 대학별 특성 알고 학과·전공 제대로 알아야 시행착오 줄어
“최근 건국대 1∼4학년 학생 8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0% 가량이 취업 방향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취업 준비가 늦고 취업 후에도 이직률이 높은 이유를 보여주는 한 사례입니다.”
건국대 교육공학과 박성열 교수는 지난달 28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 일본 등에서도 조기 이직률이 30% 가량으로 높아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며 “어느 나라나 신입 직원이 조기에 회사를 나가는 것은 개인과 기업, 사회 모두에게 부담과 비용이 되는 것이어서 해결해야 할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어렵게 직장을 구해서 들어갔다가도 일찍 나오는 이유로 크게 3가지를 들었다.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잘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직장을 구한 것이 통상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회사의 비전과 성장 가능성이 자신의 기대에 맞지 않은 것도 더 큰 이직의 이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학에서 수강 신청을 부모와 상의해서 하는 학생도 있는데 인내와 독립심이 부족한 사람들이 직장 생활이 힘들다며 금방 뛰쳐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 젊은 층이 ‘캥거루족’이 되어 간다는 시각에는 “기성세대보다 밝고 진취적이며 도전적인, 캥거루족과는 대비되는 학생들도 많다”며 “일종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해 ‘대학에서 사회 현실과 맞지 않는 쓸데없는 교육만 시킨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는 또 “대학은 연구 중심, 기능 중심, 산학협력 중심 등으로 분화하고 있다”면서 “대학과 학과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들어가는 것이 취업 등 향후 진로를 정하는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 중심을 지향하는 대학에서 특정 직업을 구하는데 필요한 전문 지식을 습득하기를 기대하면 출발부터 맞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에는 대학도 특정 기능을 집중 배양해 사회에서 필요한 맞춤형 인재를 기르려는 추세도 강화되고 있다고 박 교수는 소개했다.
박 교수는 산학 협력 프로그램, 학기별 ‘프로젝트 수업’, 기업 등에서 운영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를 유도하는 등 대학과 사회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국대의 경우 2,3학년으로 올라갈 때 전공하는 과를 바꿀 수 있는 제도를 어느 대학보다 폭넓게 운영하고 있다”며 “이는 복수 전공이나 다전공(3개 이상 전공)보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전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음미대, 의대, 사범대 등 특성상 전공을 개방할 수 없는 학과를 제외하면 대학을 들어온 뒤 알게 된 자신의 적성이나 장래 비전에 맞춰 전공을 바꿀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취업과 관련해 젊은 층뿐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점차 평생 직장이 아닌 평생 직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기업도 흥망성쇠가 심한 만큼 자신의 핵심 경쟁력을 가지고 어느 조직이나 직장에서도 맞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대학 졸업 후 들어간 직장에서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근무하는 시대는 점차 끝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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