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강연하는 모습(왼쪽 사진). 5일 오후 안 지사의 정무비서 김지은
씨가 jtbc 뉴스에 출연해 지난해 6월 말부터 올 2월까지 안 지사에게 네 차례 성폭행 당했다고 폭로하고 있다. 뉴스1·jtbc
화면 캡처
“안희정 지사가 지난달 25일 밤에 저를 불러 ‘미투를 보면서 너에게 상처가 되는 줄 알았다’며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날은 안 그럴 줄 알았는데 결국 하더라고요.”
안희정 충남도지사(53)의 정무비서 김지은 씨(33)는 5일 jtbc에 출연해 안 지사로부터 당한 성폭행 피해를 힘겹게 털어놨다. 김 씨는 바짝 마른 입술로 “저에게 미투 언급을 하고 사과까지 한 상태에서 또다시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아, 여기는 벗어날 수가 없겠구나’ 하고 절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한테 가장 두려운 것은 안 지사이다. 제가 오늘 이후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국민들이 저를 지켜주시고 진실이 밝혀질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하는 생각에 인터뷰에 응했다”고 밝혔다.
○ “‘미안하다’며 계속 성폭행”
김 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8개월 동안 안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시기와 장소 및 당시 상황을 상세히 증언했다. 김 씨는 “지난해 7월 러시아, 9월 스위스 출장 등을 수행하며 피해를 당했다”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지워지는 텔레그램으로 안 지사와 비밀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안 지사는 성폭행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의 비밀 대화방을 통해 ‘미안하다’ ‘내가 부족했다’ ‘다 잊어라’ ‘아름다운 스위스와 러시아의 풍경만 기억해라’는 등의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김 씨는 “있는 기억이지만 없는 기억으로 살아가야 했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미안함을 표시하면서도 성폭행을 계속했다는 게 김 씨의 증언이다. 김 씨는 “스위스 출장 때 안 지사에게 ‘아니에요’ ‘아닌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라고 하며 머뭇거렸더니 침대에서 소파로 데려가 계속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니에요’라는 표현이 “최대한의 방어”였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평소 김 씨에게 “수행비서는 모두가 ‘노’라고 할 때 ‘예스’라고 하는 사람이고 마지막까지 지사를 지켜야 한다” “네 생각을 얘기하지 말고 그림자처럼 살라”고 자주 말했다고 한다. 김 씨는 “제가 머뭇거리면서 어렵다고 했던 것은 최대한의 거절이었고 지사님은 그걸 알아들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김 씨와의 성관계를 인정하면서도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씨는 “제가 원해서 했던 관계가 아니다”라며 “지사님은 제 상사이고 그의 권력이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에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 “다른 성폭행 피해자들 있다”…안희정 잠적
김 씨는 안 지사의 성폭행이 계속되자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여러 번 SOS를 보냈고 한 선배에게 피해 사실을 얘기했지만 아무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일단 거절하라고 해서 스위스에서 거절을 했지만 결국에는…”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는 안 지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더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국민들이 저를 지켜주신다면 그분들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가 밝힌 성폭행 피해는 모두 최근 1년 이내 벌어진 일이어서 사실로 확인될 경우 안 지사는 형사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충남도 남궁영 행정부지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지사를 만나러 도지사 공관에 갔는데 없었다. 안 지사와 통화를 했는데 ‘가능한 한 빨리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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