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공격하는 일그러진 SNS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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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기) 목적을 위해서일까, 알 듯 모를 듯 성 상납한 것 아녀.’

6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간부 A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 씨(33)를 겨냥한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A 씨는 얼마 뒤 글을 삭제했지만 민주당은 “글을 올린 당사자에게서 직접 사직서를 받거나 내지 않으면 파면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가 확산될수록 피해 여성을 상대로 한 2차 가해도 덩달아 수위를 높이고 있다. 폭로 내용을 폄훼하는 수준을 넘어 당사자의 신상을 들춰내고 아예 조작할 정도다. 2차 가해가 자칫 피해를 폭로하려는 여성들의 용기를 꺾고 나아가 미투 운동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 씨를 향한 비난은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장 먼저 ‘지방선거에서 진보 진영을 몰락시키려는 꼼수’ ‘수행비서에서 정무직으로 옮긴 것에 화가 나 폭로했다’라는 음모론이 불거졌다. 김 씨의 외모와 확인되지 않은 개인 신상을 소재로 삼은 공격도 이어졌다. 주로 카카오톡 메신저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 씨가 과거 자신의 SNS에 올린 일상 사진이 무차별 확산되고 있다. 사진 밑에는 어김없이 외모나 신상을 둘러싼 낯 뜨거운 글이 이어졌다. 심지어 김 씨를 닮은 사람의 사진과 합성한 뒤 ‘김지은 셀카’라며 유포하는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안 전 지사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이상한 상황도 포착됐다. 대부분 안 전 지사가 쌓아온 이미지와 관련해 ‘그럴 분이 아니다’ ‘떳떳하게 인정하는 모습이 남자답고 존경스럽다’라는 반응이다.

지난달 시사만화가 박재동 씨(66)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웹툰 작가 이태경 씨(39)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이 씨는 2011년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러 간 자리에서 피해를 입었고 박 씨도 이를 인정하며 공개 사과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이 씨의 작품 일부가 성인물이라는 이유로 ‘토 나올 것 같다’ ‘이런 수준이니 그런 일을 당하지’ 같은 비난을 쏟아냈다. 배우 오달수 씨(50)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여성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꽃뱀이 분명하다’는 여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김동혁 hack@donga.com·조유라 기자
#미투#안희정#성폭행#sns#악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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