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성모병원 심근경색 치료 성공
“숨찬다” 말에 70대 두딸 응급실 모셔 … 오른쪽 스텐트 시술후 왼쪽 절제술
할아버지 “가슴 안아파 좋다” 미소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인적사항을 전달받은 박하욱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깜짝 놀랐다. 환자가 1913년생이었기 때문이다. 80세 넘는 환자를 많이 접해본 박 교수지만 이런 초고령 환자는 처음이었다. ‘시술보다는 약물로 치료해야 되나’ 하고 생각했던 박 교수. 하지만 막상 환자를 만나고 나서 생각을 바꾸었다. “105세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할아버지의 혈색이 좋고 건강하셨어요. ‘시술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100세 넘는 초고령 환자가 국내 병원에서 심장시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대전성모병원은 급성심근경색 환자인 안모 씨(105)가 두 번의 심장시술을 무사히 마치고 6일 퇴원했다고 7일 밝혔다.
안 씨가 처음 병원을 찾은 건 지난달 7일. 70대인 두 딸의 부축으로 응급실에 왔을 때만 해도 당시 유행하는 독감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가슴이 묵직하고 숨이 찬다”고 호소해 심전도 등의 검사를 했고 그 결과 심장의 양쪽 혈관이 모두 막힌 심근경색으로 진단됐다.
정밀검사 결과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오른쪽 심장동맥의 99%가 막혔고 왼쪽으로 내려가는 심장동맥은 대부분 딱딱했다.
고민 끝에 박 교수는 왼쪽 심장동맥에만 쇠구슬이 달린 기계를 넣어 딱딱하게 굳고 막힌 혈관 안쪽을 갈아내는 시술인 ‘고속회전 죽상반 절제술’을 써보기로 했다. 일반 환자도 자칫하다간 위험할 수 있는 고난도의 시술이고 100세 이상 초고령 환자에게 시행한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었다.
먼저 오른쪽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한 뒤 12일 뒤인 지난달 27일 왼쪽 심장동맥에 고속회전 죽상반 절제술을 시행했다.
한 시간여의 시술 뒤 안 씨는 회복을 위해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가슴 졸이며 중환자실을 찾은 박 교수는 병실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안 씨의 환한 미소에 긴장이 탁 풀렸다. 박 교수는 “할아버지가 ‘가슴이 이제 하나도 안 아프고 좋다’고 행복하게 웃으셨다”며 “어려운 수술을 잘 버텨주신 어르신께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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