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서다, 걷다’ 지켰더니 횡단보도 이젠 안무서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8일 03시 00분


서울경찰청, 재동초교서 안전캠페인
좌우 살피고 뛰지 말고 천천히 보행… 1학년 학생들 등하굣길 현장 실습
이주민 청장 “스쿨존 안전시설도 보강”

“엄마손 들면 안전해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에서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왼쪽), 박희종
 세이프키즈코리아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가 재동초 1학년 학생들과 엄마손 팻말을 들고 횡단보도를 함께 건너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엄마손 들면 안전해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에서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왼쪽), 박희종 세이프키즈코리아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가 재동초 1학년 학생들과 엄마손 팻말을 들고 횡단보도를 함께 건너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7일 낮 12시 반경 서울 종로구 한 초등학교에서 하교하는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정문을 뛸 듯이 지나친 아이들은 집으로 가는 발길을 빨리했다. 점심시간과 겹치며 오전 내내 한적하던 정문 앞 도로는 금세 북적였다.

학교 인근은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이다. 곳곳에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표지가 보인다. 보도와 도로를 나누는 경계석에는 ‘주정차 금지구역’이라는 노란색 표지가 붙어 있다. 그러나 30분 새 승용차 7대가 정차했다. 어떤 차는 10분간 서 있기도 했다.

차량은 시속 30km 이하로 주행해야 하지만 이날 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지나치는 배달 오토바이가 눈에 띄었다. 자녀가 2학년인 고모 씨(41·여)는 “오토바이가 지나갈 때는 나까지 놀란다. 집이 학교에서 10분 거리지만 불안해서 매일 아이를 데리러 온다”고 말했다.

어린이를 교통사고에서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스쿨존 교통사고는 심심찮게 일어난다. 지난해 6월에는 스쿨존에서 킥보드를 타던 A 군(8)이 승용차에 치여 숨지기도 했다.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이 되면 어린이들의 보행 중 교통사고도 늘어난다. 경찰이 최근 5년간 서울 어린이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매년 평균 39.9%(734명)가 걷다가 일어났다. 지난해 보행 중 교통사고로 다친 어린이는 629명. 연령대별로는 초등학교 저학년(298명·47.4%), 시간대별로는 오후 2∼6시가 44.5%(280명)로 가장 많았다. 서울지방경찰청, 세이프키즈코리아 등은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이날 오전 9시 반부터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에서 1학년생 43명에게 ‘엄마손 교통안전캠페인’을 펼쳤다. 2002년부터 시작해 이번이 17년째다.

이날 캠페인에서는 먼저 어린이 보행 3원칙인 ‘보다 서다 걷다’(좌우를 살핀 뒤, 횡단보도에서 뛰지 말고 천천히 걷자)를 알려줬다. 이후 자원봉사자들이 학생들에게 손바닥 모양의 노란색 ‘엄마손’을 나눠줬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은 이보다 더 큰 엄마손을 들었다. 이들은 함께 학교 앞 스쿨존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너는 연습을 했다. 1학년 김재준 군(7)은 “배운 대로만 하면 횡단보도 건너기가 무섭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가방 전체를 덮을 수 있는 형광색 천으로 된 가방 커버도 받았다. 스쿨존 제한속도인 시속 30km를 지키라는 속도 제한 표지판 그림이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다.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자는 것이다. 이주민 청장은 “어린이 보호구역의 교통안전 시설물을 정비하고 보강해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줄이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권기범 kaki@donga.com·안보겸 기자
#스쿨존#횡단보도#교통사고#안전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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