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는 관내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우선 주차구역) 4066곳을 조사하고 있다. 남은 도로의 너비가 차폭 3m인 소방 펌프차 운행에 지장을 주는 곳은 우선 주차구역을 없앤다는 방침에서다. 노상(路上)주차장법상 불법은 아니라 하더라도 소방차 진입이 늦어져 화재 피해가 커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집 앞 주차공간을 잃게 된 일부 주민은 “설치해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없애는 게 말이 되느냐”며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기초단체가 소방차 진입을 가로막는 불법 주정차를 불시 단속하는 경우는 많다. 그러나 이미 그어놓은 주차구획을 지우는 건 처음이다. 마포구 관계자는 7일 “지난해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이후 ‘내 집 앞에 소방차 진입로를 충분히 확보해 달라’는 민원이 상당히 많았다”고 이번 방침의 배경을 설명했다.
우선 주차구역은 주택이나 상가 밀집지역의 주차난 해결을 위해 2002년 도입했다. 주민들이 월 4만∼5만 원을 내고 집 앞이나 집 근처 이면도로 일정 구간을 자신의 주차구획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대부분 주택가 도로는 좁아서 가로 2m, 세로 5m 주차공간을 한쪽에 만들면 남은 공간은 비좁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주차장법은 도로 폭이 6m 이상이어야 우선 주차구역을 설치할 수 있으며, 다만 6m 이내라도 차폭 3m 소방 펌프차가 지나갈 공간이 있으면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문제는 도로 폭이 6m 미만인 경우 우선 주차구역 선을 넘어 주차하거나, 우선 주차구역을 설치한 뒤 도로나 주변 건물의 구조가 바뀌어 소방 펌프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곳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에 마포구는 이달 안으로 도로 폭 5.5m 미만의 우선 주차구역은 모두 없앨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이전까지 소방 펌프차 양옆의 공간이 10∼20cm만 남아도 설치했다. 하지만 화재 골든타임을 지키려면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7일 현재 이 같은 우선 주차구역 53곳이 사라졌다. 다른 약 70곳에 대해서는 주차선을 지울지 소방서에 결정을 의뢰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소방차 진입로 확보는 옳지만 대안 없이 없애는 건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직장인 박모 씨(30)는 “집 앞에 주차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전세로 들어왔는데 이렇게 없애면 어디에다 차를 대라는 말이냐”라고 말했다. 우선 주차구역이 사라진 주택가 주민들 가운데는 주차선을 지운 곳에 그대로 차를 대는 일도 종종 있다. 반면 대학원생 우모 씨(31)는 “중형차도 지나가기 힘든 골목길을 보면 ‘자기 집에 불나면 어쩌려고 저럴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며 구의 방침을 지지했다.
구 관계자는 “우선 주차구역을 없앤 길을 다시 가보면 버젓이 주차된 경우가 있는데 ‘설마 내 차 때문에 소방차가 못 들어가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이다. 화재에 대한 주민 불안이 큰 만큼 불편하더라도 가까운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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