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인 8일에도 온라인에선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대항 격인 ‘펜스룰(Pence rule)’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펜스룰’이란 성희롱·성추행에 엮일 수 있는 상황, 그 자체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2002년 미국 의회전문지 ‘더 힐’에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을 바탕으로 한 행동 방식이다.
펜스룰을 지지하는 이들은 실제 성폭력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폭로를 당할 경우 억울함을 입증할 근거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무고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의혹 제기를 당하는 것 그 자체로 ‘2차 피해’ 등이 가해지게 된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성희롱·성추행에 엮일 만한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 이들은 업무와 관련된 대화는 기존처럼 하되 ‘사적인 대화’를 하지 않는 게 펜스룰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펜스룰을 부작용을 경계하는 이들은 펜스룰이 고착화될 경우 또 다른 형태의 성차별을 낳게 된다고 지적한다. 여성 자체를 차단하는 행위로 굳어지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펜스룰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대학 교수 출신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미투에 당황한 일부 관리직 혹은 남성 직원들이 예방책이랍시고 채용이나 업무 등에 여성을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불법적 행위들을 한다고 한다”면서 “이는 그들이 여성 가까이에 있으면 성폭력을 해왔고 할 수 있는 잠재적 성범죄자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 어리석은 대응으로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고, 서로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며 공존 상생하는 사람다운 직장 문화를 만들어 가자”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여성가족위원회 간사인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위드유를 외치면서 ‘펜스룰’을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이로 인해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위축되지 않아야한다는 것이다. 미투의 원인제공을 하지 않기 위해 여성과의 업무를 피하고 여성채용을 줄이고 여성들을 상대하지 않으려하는 소위 ‘펜스룰’의 확산은 극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여성의 현실은 임금격차는 36.7%로 OECD가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며, 2017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성평등지수 또한 144개국 중 118위, 성비불균형은 132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라며 “여성에게 보다 동등한 기회가 보장되고,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이때, 오히려 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위축시키는 ‘펜스룰’의 확산을 보며 우리나라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펜스룰’이 유행처럼 확산되는 것은 결코 미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올바른 대응이 아니며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큰 장애가 된다”며 “우리 주위에 여비서·여제자, 여자 동료가 아니라 비서·제자·동료로서 차별과 구별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능력대로 기회를 보장받는 평등한 사회로 우리나라가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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