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지난달 폐교한 전북 남원시 서남대 부지에 ‘공무원 의사’를 양성하는 의과대학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립대는 의료 인력 불균형으로 인한 공공의료 인력난과 지역 의료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서남대 의대 정원(49명)을 활용해 ‘남원캠퍼스’(가칭)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서남대 부지에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전담하는 ‘국립보건의료대학’(가칭)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8일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안에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 국내 최초 공공의대 신설 급물살
지금까지 국립대 의대를 중심으로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해 왔지만 졸업 후 진로는 의사 개인의 선택이라 인기 전공과목, 도심 쏠림 현상을 막을 방도가 없었다. 이런 한계를 보완해 공공의대는 졸업 후 공무원 신분으로 공공의료 분야에서 복무하도록 의무화한다는 게 골자다.
공공의대 설립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민간병원은 낙후지역 의료나 중증외상, 감염병 관리처럼 사회에서 꼭 필요해도 수익이 나지 않으면 투자를 꺼린다. 유명 대학병원도 처우에 비해 업무가 고돼 관련 전공 의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농어촌 지역은 더 심각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제때 응급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지역 간 환자 비율은 2.2배가량 차이가 났다.
과거에도 공공의대를 설립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공공의대를 신설하려면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하는데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 하지만 서남대 폐교로 남은 의대 정원(49명)을 활용하면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공공의대 신설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치권도 공공의대 설립에 적극적이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올해 공공의대 설립 근거를 마련하는 공공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사활 건 서울시립대, 복지부와 경쟁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서울시립대다. 서울시립대는 서남대 폐교 부지에 의대, 간호대, 농생명대를 아우르는 ‘남원캠퍼스’를 신설하는 방안을 정부와 정치권에 제안했다. 서울시, 전북도 등 각 지자체가 의대생을 선발하고 이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대신에 졸업 후 지자체가 정한 공공의료기관에서 9년간 의무복무를 시키는 게 골자다. 의대를 운영하려면 전공의가 수련하는 병원이 필요한데 공공의대 수련 병원으로 각 지자체 산하 의료원을 활용할 계획이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은 “지자체가 재정 부담을 나누고 지자체의 인프라를 활용하기 때문에 지방분권 취지에도 부합할 뿐만 아니라 최소 비용으로 공공의대를 설립할 수 있다”고 했다. 원 총장은 300억∼400억 원 정도면 공공의대 신설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립대는 이사장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남원캠퍼스 설립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복지부는 아직 구체안을 공개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2016년 국립보건의료대 설립을 검토했다. 당시 여당은 이를 뒷받침하는 법안까지 발의하며 힘을 실어줬지만 부처와 의료계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논의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유능한 군 인력을 키우기 위해 국방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했다가 의료계 반대로 무산됐던 국방부도 공공의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남대 폐교로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남원시 주민들은 공공의대가 신설된다는 소식을 크게 반기고 있다. 문홍근 남원시대학유치추진위원회 공동대표는 “폐교로 대학가는 물론이고 중심가 상권까지 타격이 크다. 인근 병원은 간호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주민 모두 하루빨리 의대가 신설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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