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가 지난달 25일 전 비서 김지은 씨(33)를 성폭행한 장소인 서울 마포구의 오피스텔은 안 전 지사의 오랜 친구 S 씨(53)가 운영하는 건설사 소유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안 전 지사는 30여 년 전 대학생 때 학생운동을 함께한 S 씨로부터 오피스텔을 무료로 쓰도록 편의를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수사부(부장검사 오정희)는 안 전 지사가 이 오피스텔을 무상으로 사용한 정황을 파악하고 대가 관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8일 오피스텔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지난달 24일 심야에 안 전 지사가, 이튿날 새벽에 김 씨가 오피스텔에 들어간 뒤 따로 나오는 모습을 확보하고 안 전 지사를 출국 금지했다. 검찰은 충남도로부터 안 전 지사의 지난해 1월부터 1년간 동선이 담긴 일정표를 확보해 김 씨 주장과 비교 분석하고 있다.
이 오피스텔을 소유한 건설사의 실소유주 S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전 지사에게 오피스텔을 쓰도록 한 사실을 인정했다. S 씨는 “안 전 지사에게 ‘서울에 출장 왔을 때 잠시 쉴 데가 필요하면 이용하라’며 오피스텔 비밀번호를 알려줬지만 그곳에서 성폭행이 있었다는 건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S 씨의 건설사가 55.92m² 규모의 오피스텔을 4억1000만 원에 산 건 지난해 8월. 안 전 지사가 러시아에 출장을 가 김 씨를 성폭행한 지 한 달 뒤다. 거실에 방이 딸린 이 오피스텔에는 침대와 부엌, 컴퓨터와 책상 등이 갖춰져 있다. 오피스텔 건물은 안 전 지사가 설립한 싱크탱크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에서 약 4km 떨어져 있다. 이 연구소 연구원 A 씨도 안 전 지사에게 세 차례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했다.
S 씨는 오피스텔 용도에 대해 “수도권 일대 건설 현장을 오가는 회사 임직원들을 위한 숙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당시 건설사 공동대표는 “마포에 임직원용 오피스텔이 있었다는 건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S 씨 한 측근은 “마포 오피스텔은 S 씨 개인 공간”이라고 털어놨다.
법조계에선 안 전 지사가 S 씨 회사 명의로 된 오피스텔을 무상으로 써온 건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높다고 본다. 만약 안 전 지사가 오피스텔 사용 대가로 S 씨 사업에 도움을 줬다면 뇌물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
건설사 일부 임직원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을 만큼 안 전 지사와 S 씨 친분은 두터웠다. 지난해 초 안 전 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을 때 S 씨는 직원들에게 “안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나는 친구를 잃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S 씨는 1990년대 대우건설에 다녔고, 그의 건설사는 대우건설에서 주로 하도급을 받고 있다. 안 전 지사는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대우건설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1년형을 받았다.
한편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피해자 A 씨는 변호사 2명을 선임해 고소장을 작성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측은 A 씨가 이르면 9일 안 전 지사를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간음과 추행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성폭력상담소협의회 관계자는 “안 전 지사가 2017년 1월 서울 여의도 호텔에서 성폭행할 때 비서진을 따돌리고 의도적으로 A 씨를 만났기에 혐의 입증이 어렵지 않다”며 “A 씨는 2차 피해를 우려해 신원을 드러내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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