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최흥식 원장의 자진 사퇴 배경이 된 KEB하나은행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대규모 검사단을 꾸리고 강도 높은 검사를 예고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번 특별검사가 감독기관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13일 최성일 전략감독담당 부원장보를 단장으로 3개 반, 20여 명 규모의 검사단을 구성해 이날부터 하나은행에 대한 특별검사를 시작했다. 최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있을 때 지인의 아들을 추천하면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진 2013년 전체가 검사 대상이다.
금융회사 1곳의 검사를 위해 이처럼 대규모 검사 조직이 꾸려진 만큼 ‘현미경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초 진행된 은행권 채용 비리 검사 때 은행 1곳당 투입된 인력은 3, 4명 정도였다. 금감원은 또 검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최종 검사 결과만 감사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음 달 2일까지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필요에 따라 검사 대상과 기간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구 위원장도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최 원장의 사퇴로) 공정하게 조사할 기반이 마련된 만큼 확실히 검사를 진행하겠다”며 “검사 인력과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최대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검사에서 최 원장과 비슷하게 ‘인사 추천’을 한 하나금융 전현직 임직원들이 줄줄이 걸려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은행에서도 내부 인사 추천에 따른 서류전형 통과가 관행이었다고 밝힌 만큼 유사한 사례가 더 있을 것”이라며 “최 원장이 사퇴한 만큼 이들의 도의적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5년 전에 발생한 최 원장의 채용 비리 의혹이 어떤 방식으로 드러났는지도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최 위원장은 “최 원장의 채용 비리가 밝혀진다 해도 하나은행 임원으로 있을 때 일어난 일”이라며 “이번 의혹 제기는 하나은행 내부가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경영진도 이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는 감독 당국과 지배구조를 놓고 갈등을 벌여 온 하나금융 측이 금감원의 입지를 흔들기 위해 고의적으로 최 원장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경영진이 이런 내용을 흘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검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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