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4185명. 2013년(5092명)보다 907명이 줄었다. 5년간 도로교통법에 통학차량 보호자 동승 의무화 등을 반영(일명 세림이법)하고 도시지역 제한속도를 시속 60km에서 50km로 줄이는 ‘안전속도 5030’ 정책 등이 실시됐다.
정부는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를 4000명 이하로, 2022년까지는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교통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얼마나 빨리 가느냐’에 목표를 맞춘 차량 중심 문화를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사람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걸림돌이 많다. 1981년 도입된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이 대표적이다. 신호위반과 음주운전 등 12대 중과실이 아닌 경우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했으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다. 세계에서 유일한 ‘교통사고 가해자 보호법’이다.
음주운전 운전자에게 내려진 처분을 개인 사정에 따라 줄여주는 행정심판도 논란이다. 운전이 ‘생계수단’이란 이유로 국가가 내린 결정을 스스로 철회하는 것이다. 행정심판을 통한 구제신청은 연간 20%가 받아들여진다. 상습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음주운전 구제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남 창원시에서 화학물질을 가득 싣고 달리던 화물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폭발했다. 이 사고로 엉뚱한 다른 차량의 운전자 3명이 숨졌다. 도로 위에서 생명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관행이 원인이었다. 사고 전력이 있는 70대 운전자에게 화물운송면허를 내준 지방자치단체, 안전은 무시하고 실적만 좇는 저가운송 시스템 탓이었다.
미국 등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통안전 교육 때 ‘생명 운전’ 개념을 강조한다. 단순히 교통법을 지키라는 차원을 넘어 자신과 함께 다른 운전자와 보행자의 생명을 지키는 적극적인 안전운전을 가르치는 것이다. 안전하게 가는 것보다 빨리 가는 것을 ‘도로 위 미덕(美德)’ ‘운전 센스’로 여기는 한국 사회에도 생명 운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법과 제도, 문화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보행자의 안전이 여전히 차량의 소통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린 현재의 법과 제도에서는 문화가 바뀌기는 힘들다. 보행자의 생명을 우선하는 교통안전 정책과 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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