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지 40여 일이 지나면서 피해 폭로자에 대한 2차 피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폭로 공작설, 조작설 등이 유포되고 있다. 또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 일부는 “억울하다”며 피해자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사건 대책위원회’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로자에 대한 근거 없는 의심과 비난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회견 참석자 50여 명은 ‘미투는 계속돼야 한다’, ‘침묵의 시대는 끝, 변화를 위한 미투’ 등의 문구가 적힌 푯말을 들고 “최근 폭로자를 향한 맹목적 비난과 신상털이로 2차 피해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안 전 지사 사건 관련 기사의 댓글을 보면 ‘지라시’ 같은 추측성 글이 쏟아지면서 이번 사건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 씨(33)의 변호인 정지원 변호사는 김 씨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제대로 처벌할 수 없다면 앞으로 일어나는 성폭력에 눈을 감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팬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힙합 래퍼 던말릭(문인섭·22)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여성 두 명이 합의에 의해 관계를 가지거나 스킨십을 했는데도 강제로 (성적인) 행위들을 강요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는 글을 게시했다. 이들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고 썼다. 앞서 던말릭은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직후 사과했지만 “(소속사의 요청에 따라) 사실과 다르게 성추행을 했다고 마지못해 인정했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또 ‘기자 지망생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은 이를 전면 부인하며 해당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 소속 기자를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사실 확인이 중요하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 사회 권력층이거나 우월한 위치에 있는 만큼 시비를 가리는 과정에서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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