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김지영(가명) 양이 사고를 당한 곳은 엄마와 걷던 집 앞 도로였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법적으로 ‘도로’가 아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난 사고인데도 운전자를 중과실로 처벌할 수 없는 이유다. 한국의 법은 김 양의 죽음을 막지도, 남은 가족을 위로하지도 못했다. 사람보다 차가 빨리 가는 게 당연한, 왜곡된 교통문화가 빚은 비극이다.
한국에서는 매년 교통사고 사망자의 40%가 길을 걷던 중 숨진다. 특히 만 65세 이상 보행자 중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4.6%나 증가했다. 도로 위에서 위험한 과속을 미덕으로 여기는 건 전형적인 후진국 문화다. 2018년 동아일보와 채널A가 차보다 사람이 먼저인 생명운전 캠페인을 시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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