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원 투자한 송도 복합쇼핑몰 ‘삐거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5일 03시 00분


5년전 인천시 예산 투자해 문 열어
부실공사-운영사 홍보부족으로 쇼핑객 발길 줄며 입주 상인들 울상
일부 업체는 운영회사와 소송 벌여

12일 국내 최대 스트리트형 복합쇼핑몰을 표방한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트리플스트리트’ 내부의 한 상가가 운영사 측과의 법적 분쟁으로 문을 닫았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12일 국내 최대 스트리트형 복합쇼핑몰을 표방한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트리플스트리트’ 내부의 한 상가가 운영사 측과의 법적 분쟁으로 문을 닫았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2013년 시 예산 300억 원이 들어간 국내 최대 스트리트형 복합쇼핑몰 ‘트리플스트리트’ 운영이 삐걱댄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민간 사업자가 2800억 원을 투자해 만들어 지난해 4월 송도국제도시에 개장한 트리플스트리트는 매장 직선거리 550m, 총면적 5만7943m²의 대규모 쇼핑몰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걷고 싶은 쇼핑거리를 표방하며 문을 열었지만 부실공사와 불편한 쇼핑 동선(動線), 홍보 부족으로 손님 발길이 잦아들면서 입주 상인들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부 업체(업주)는 쇼핑몰 운영사 ㈜에스디프런티어 측과 소송을 벌이고 있다.

12일 오후 인천 송도국제도시 트리플스트리트 지하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의류 판매업체 A사의 매니저 K 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K 씨는 지난해 4월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A사와 계약했다. 연매출 10억∼13억 원이라는 예측과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K 씨는 “흔히 얘기하는 출시효과도 없었고 매출도 당초 예상의 20% 정도여서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개점한 뒤에 다른 매니저는 떠났다”고 말했다. 이날 트리플스트리트에 처음 와봤다는 주부 김진영 씨(41)는 “안내데스크도 없고 A∼D동 4개 건물 주차장이 서로 연결되지 않아 쇼핑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입점주 사이에서는 큰길가에서 벗어난 거리에 맞닿은 상점은 ‘죽음의 상권’으로 불린다. 이 거리로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다 보니 매출이 크게 떨어진다는 얘기다. 상인들은 “TV 광고는커녕 버스 광고도 하지 않는다. 트리플스트리트가 무엇인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시민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부실공사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상가 D동에서는 소동이 벌어졌다. 날씨는 맑았지만 건물 천장 곳곳에서 물이 샌 것이다. 이 때문에 양동이같이 물 받을 용기를 밑에 놓고 장사하는 실정이다. 제때 하자 보수공사를 해주지 않아 자비로 공사한 업주도 있다.

D동 2층 면적 475m²의 M미용실은 에스디프런티어 측이 계약 사항을 어겨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당초 인테리어 및 장비 구입 등으로 약 10억 원을 투자해야 했기에 M미용실 업주는 A동과 D동에 소규모 미용실 2개를 열겠다는 뜻을 밝혔다. 에스디프런티어 측은 6개월간 임차료를 면제해 줄 테니 D동에 한 곳만 개장하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에스디프런티어 측은 A동에 다른 미용실을 내줬다. M미용실 측은 “손실이 약 1억 원”이라고 주장했다. 에스디프런티어 관계자는 “M미용실 한 곳만 열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며 “입주 상인들의 불만은 적극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제홍 인천시의원은 “트리플스트리트는 시의 혈세가 투입됐기 때문에 공정거래법과 부동산법을 위반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천시가 감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송도#복합쇼핑몰#부실공사#홍보부족#트리플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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