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7만1000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5년 연속 상승으로 2013년보다 13.3%나 뛰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15일 전국 1484개 초중고교 학부모 4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다. 응답자의 29.5%는 사교육을 하지 않는다고 답해 실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뿐만 아니라 사교육비 총액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18조6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3.1%(5620억 원) 늘었다. 초중고교생 수가 전년보다 2.7%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사교육비 증가 추세가 더욱 가파른 셈이다.
학교별로 보면 월평균 △초등학생 25만3000원 △중학생 29만1000원 △고등학생 28만4000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4.8%, 5.7%, 8.4% 올랐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고등학생의 경우 사교육비 증가 원인으로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 전환으로 인한 ‘풍선효과’를 꼽았다. 실제 교과과목별 사교육비를 전년과 비교해보면 상승폭이 국어가 14.2%로 가장 컸고 영어가 0.5%로 가장 낮았다. 예체능 사교육비 증가세도 가팔랐다.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7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12.9% 올랐다.
사교육비가 크게 늘어난 데 대해 류정섭 교육안전정보국장은 “물가상승률과 돌봄 수요 증가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사교육비가 오른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사교육비가 ‘저출산의 덫’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교육비 통계를 보면 교육비 부담으로 자녀를 적게 낳고, 적은 자녀에게 ‘올인’하면서 다시 사교육비가 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자녀 수가 적을수록 자녀 한 명당 사교육비가 많았다. 자녀가 1명일 때 평균 사교육비가 29만3000원인데 2명일 때는 29만 원, 3명 이상일 때는 20만8000원으로 줄었다.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고령사회연구원장)는 “한국에선 사교육비 부담으로 희망 자녀와 실제 자녀 수에서 차이가 난다”며 “자녀를 많이 낳는 대신 잘 키우는 데 집중하다 보니 사교육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보육 때문에 사교육을 한다는 응답도 늘었다. 사교육 목적을 ‘보육’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교과과목에선 8.8%, 예체능에선 16.9%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각각 1.4%포인트와 2.3%포인트 오른 수치다. 초등학생 2학년 딸을 둔 영양사 김모 씨(36·경기 수원시)는 “오후 5시 퇴근 전까지 아이를 일명 ‘학원 뺑뺑이’ 돌릴 수밖에 없는데, 교과 공부만 시킬 수 없어 피아노와 태권도학원을 번갈아 보낸다”고 말했다.
학교 안 돌봄 공백이 해소되면 사교육비 지출이 줄어드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초등학생 기준으로 방과 후 돌봄 교실에 참여하면 월평균 7만7000원, 방과 후 학교에 참여하면 월 5만 원의 사교육비를 참여하지 않는 학생보다 덜 지출했다. 이 교수는 “초등학생 저학년이 이른 하교를 하면서 사교육은 돌봄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교육 참여율은 초등학생이 82.3%로 중학생(66.4%), 고등학생(55%)에 비해 훨씬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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