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하일지(64·본명 임종주)가 자신이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대학 수업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와 ‘미투(#MeToo) 운동’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5일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학생회가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에 발표한 공식 성명서에 따르면, 하일지 교수가 해당 학과 1학년 전공필수 강의 도중 ‘미투’ 운동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이 같은 사실은 당시 수업을 듣던 한 학생이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하 교수는 안 전 지사의 성폭력 가해의혹 사건과 관련, “만약 안희정이 아니라 중국집 배달부였으면 사람들이 관심도 안 가졌고 JTBC가 보도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교수는 그러면서 “요즘에는 이런 반론을 제기하면 안 될 말을 한다고 그런다. 큰일난다고”라는 말을 덧붙였다. 수업을 듣던 한 학생이 “김 씨가 실명을 밝히고 피해 사실을 폭로한 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결혼해 준다고 했으면 안 그랬겠지. 질투심 때문에”라고 답했다.
아울러 하 교수는 수업자료로 쓰던 소설 ‘동백꽃’이 “처녀가 순진한 총각을 따X으려는, 감자로 꼬시려고 하는 내용”이라며 “점순이가 남자애를 강간한 것이다. 성폭행한 것이다. 얘(남자주인공)도 ‘미투’해야겠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당학과 학생회는 공식 성명서에서 “(하 교수는)해당 운동의 의도를 비하하는 조롱을 일삼았다”며 “하 교수는 성희롱과 다름없는 발언을 가하여 해당 수업을 수강하던 전 학생에게 정신적 상해를 입혔다. 또한 소속 학과인 해방인문 창조문창의 명예를 동시 실추시켰다. 본 학생회는 학우들을 대표하여, 하 교수를 공개적으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에 하 교수는 언론을 통해 “소설은 인간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우리는 흑백논리에 빠질 수 있다, ‘미투’ 운동에 반박하면 공격을 당할 수 있는데 인간의 문제로 어쩌면 이럴 수도 있지 않겠냐는 예로서 이야기했다”고 해명했다.
안 전 지사의 성폭력 가해 의혹에 대한 발언과 관련해서도 “민감한 예를 들기는 했는데 학생이 올린 글을 보니 내용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다. 수업의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텍스트로 일일이 논쟁에 휩싸이는 것이 힘들다”며 “내 강의가 무단으로 밖으로 유출돼 논의되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강의 내용은) 내 교권의 문제인데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내가 사과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강의실에서 어떤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지 밖으로 일부를 왜곡되게 유출해서 사과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의실에서 사람에 따라 언짢게 들리는 말을 했다 할지라도 그것을 밖에 폭로하는 것은 온당한가”라며 “그랬더라면 수업시간에 서로 토론을 했어야 한다. 때가 되면 학생들과 토론장에서 토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