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비하·제자 성추행 논란’ 하일지 “비이성적 고발…강단 떠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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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3월 19일 16시 45분


사진=하일지. 동아일보 DB
사진=하일지. 동아일보 DB
미투 운동 비하 논란에 이어 제자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하일지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본명 임종주·62)가 19일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며 강단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소설 ‘경마장 가는 길’ 저자인 하 교수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각에서는 제게 타협을 권유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제가 지켜야 하는 것은 저의 소신이라고 판단했다”며 “오늘로서 강단을 떠나 작가의 길로 되돌아가기로 결정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최근 느닷없는 봉변을 당했다. ‘미투’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례하고도 비이성적인 고발을 받게 된 것”이라며 “강의의 몇 토막이 악의적으로 유출됐고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선정적 보도를 쏟아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평생을 두고 오직 문학의 길을 걸어온 저는 졸지에 대중 앞에서 인격살해를 당해야 했다”며 “이제 문학교수로서의 제 자존심은 깊이 상처를 입었고, 인생의 한 부분을 바쳐 지켜온 제 강의는 학생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지난 14일 ‘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강의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성폭행 폭로가 김지은 씨의 질투심에 의한 것이라고 발언 한 것 등이 논란이 된 것과 관련, 해당 발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며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이걸 범죄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사안에 대해 좀더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내가 가르치는 과목은 사회학, 정치학 과목이 아닌 소설 과목”이라며 “소설에서는 때때로 자신의 이념과 다른 것들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제 입맞춤을 당했다는 피해 학생 A 씨 폭로와 관련해서는 A 씨와 주고 받았다는 이메일을 공개하며 “지금 돌리고 있는 보도자료를 참고하라”, “알아서 판단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 교수는 “(교수와 학생 간의 관계에서 오히려) 내가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스스로 피해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말하자면 그렇다”고 말했다.

소신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강단에 남아야 하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긴 하지만 불우하게도 교육자로서 지금은 불행감을 느낀다”며 “학생들이 바라는 것은 (저를) 파면시키는 것인데 그러면 당하면 된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사과할 뜻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하 교수가 기자회견을 한 백주년기념관 로비에는 동덕여대 학생 100여명이 찾아와 ‘하일지 교수는 공개 사과하라’, ‘하일지 교수를 즉각 파면하라’, ‘하일지 OUT’ 등이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했다.

총학생회는 오후 6시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씨를 규탄하는 한편 학교 측에 인권센터 설립을 촉구할 계획이다.

동덕여대 측은 이날 오후 5시께 윤리위원회를 열어 하일지 교수의 징계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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