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9시 7분 서울 노원구 화랑대 삼거리. 검은색 싼타페 차량 한 대가 신호등의 빨간불을 무시하고 내달렸다. 마침 근처에는 경찰차를 타고 단속하던 노원경찰서 교통과 박현상 경위와 김민수 경사가 있었다. 두 사람은 차량을 향해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싼타페 운전자는 그대로 가속페달을 밟았다. 박 경위 등은 곧바로 추격에 나섰다.
싼타페는 시내 한복판 도로를 경주하듯 달렸다. 시속 100km를 오르내리고 차로 2개를 넘나들었다. 보행자용 파란불이 켜진 횡단보도까지 그대로 가로질렀다. 하마터면 길을 건너던 행인 5, 6명이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박 경위와 김 경사가 확성기로 쉴 새 없이 경고방송을 보냈지만 싼타페 운전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질주했다. 급기야 싼타페는 좁은 주택가 골목길로 들어섰다가 진로가 막히자 멈춰 섰다. 약 6분간 2km 구간을 도주한 것이다.
추격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더니 차량을 버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곧바로 김 경사도 뒤를 따랐다. 약 50m를 내달린 끝에 김 경사는 운전자를 따라잡았다. 키 180cm, 몸무게 90kg으로 육중한 체격의 남성은 주먹을 휘두르며 거칠게 저항했다. 김 경사는 1분간 몸싸움을 벌인 끝에 운전자를 넘어뜨리고 수갑을 채웠다.
경찰 조사 결과 운전자는 이모 씨(53)로 확인됐다. 처음에는 음주운전으로 추정됐지만 알고 보니 이 씨는 성폭행과 사기 등의 혐의로 A급 지명수배가 내려진 피의자였다. 이미 전과도 17건이나 있었다. 경찰 등은 현재 이 씨가 연루된 사건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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