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에 후보자 명단을 제시해 사실상 사전에 후보자를 낙점했던 권한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왕적’이란 지적을 받고 있는 대법원장의 권한을 축소하려는 조치다.
대법원은 19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이런 방침을 밝혔다. 대법원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이 충분한 견제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행사됨에 따라 대법원 구성에 다양성이 부족하고 대법원 재판이 실질적이고 대등하게 운영되지 못하며 사법부가 관료화된다는 비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법원은 ‘대법원장은 대법관 제청 대상자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추천위에 심사 대상자로 제시한다’고 규정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규칙 제7조 제1항을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규칙이 없어지면 추천위는 국민의 천거를 받은 후보자들만 대상으로 심사를 한다.
그동안 대법원장은 새 대법관 후보를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는 제청권 외에도 사전에 추천위에 제청 대상자로 적합한 사람을 제시하는 ‘제시권’을 행사해 왔다. 국민이 대법관 후보자를 천거하는 동시에 대법원장도 자신이 원하는 후보자를 추천위에 제시해 심사를 받게 한 것이다.
하지만 제도 시행 과정에서 국민이 천거하는 인물과 관계없이 대법원장이 제시하는 후보자가 새로운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돼 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추천위가 ‘거수기’로 전락해 대법원장이 제시한 후보를 최종 3배수 후보자에 포함해 대법원장에게 추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비당연직 대법관후보추천위 위원에 대한 추천 절차, 추천위에서 추천된 후보자에 대한 별도의 의견 수렴 절차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비당연직 추천위 위원은 전체 위원 10명 중 법관 1명, 비법조인 3명 등 총 4명으로 지금까지는 대법원장이 임의로 임명하거나 위촉해 왔다.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지명권도 개선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헌법재판관후보추천위’를 꾸려 대법관 제청 절차와 유사한 지명 절차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헌법재판관 9명은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을 지명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대법원장은 별도의 추천 절차나 국민 의견 수렴 절차 없이 헌법재판관 3명을 지명할 수 있다. 헌법재판관도 대법관추천위처럼 위원회의 추천을 받도록 함으로써 자의적 임명을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이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61·사법연수원 15기)은 20일 국회 사개특위에 출석해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업무보고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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