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 명의 빌려 셀프 민원 신청… 46건중 33건 법정제재 등 결정
박근혜 정부때 편파심의 가능성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위원장 강상현) 직원이 2011∼2017년 외부인의 명의를 빌려 최소 46건의 민원을 대리 신청한 사실이 적발됐다. 그간 제기됐던 ‘정치적 편파 심의’ 논란의 실체적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방심위는 해당 직원인 김모 씨를 파면하고,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방심위는 최근 업무감사를 벌인 결과, 방송심의기획팀장이던 김 씨가 사무실이나 외부에서 친인척 등 지인의 명의를 빌려 민원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가 대리 민원을 신청한 안건 46건 중 33건은 방심위 회의에서 법정 제재(19건)와 행정지도(14건) 등의 결정이 내려졌다.
방심위는 “홈페이지 개편 과정에서 김 씨의 컴퓨터로 수십 건의 민원이 제기된 것을 확인하고 조사에 착수했다”며 “(감사 과정에서) 김 씨는 전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적발된 대리 민원 사례에는 2013년 MBC 뉴스데스크의 ‘박근혜 대통령의 국산 헬기 수리온 실전 배치 기념식’ 보도와 2015년 KBS 광복 70주년 특집 ‘뿌리 깊은 미래’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많았다. ‘뿌리 깊은 미래’는 당시 “건국 가치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며 방심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방영 직후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해당 프로그램을 문제 삼았던 점을 들어 ‘청와대 청부 심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민경중 방심위 사무총장은 “편법으로 안건을 상정한 것은 청부 심의에 해당한다”며 “심각하고 중대한 사안인 만큼 조속하게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민 총장은 또 “4기 방심위는 강 위원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방심위를 둘러싼 ‘편파 심의’ ‘표적 심의’ 등의 오명에서 벗어나겠다는 원칙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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