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도 모르는 교육 팁]중학생 된 우리 아이 ‘수포자’ ‘영포자’ 안 만들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2일 03시 00분


초등생→중학생 ‘전환기’ 큰 변화
주위서 막연한 두려움 조장하면 영어·수학 흥미-행복감 떨어뜨려
정확한 정보로 불안 없애줘야

김태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수학습본부 연구위원
김태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수학습본부 연구위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자들이 연구한 올바르고 정확한 교육 정보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우리 아이 공부 어떻게 도울까’에 관한 데이터에 바탕을 둔 조언을 들려드립니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는 ‘전환기’ 학생들은 거대한 변화를 경험한다. 태어난 뒤 18개월을 제외하고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 사춘기의 급격한 신체적 변화와 정서적 혼돈이 몰아치는 가운데 학교 단위도 달라진다. 중학교 입학 후 첫 시험에서 ‘수포자’, ‘영포자’가 결정된다고 할 정도로 학업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한다.

초등학교 6학년이 중학교 1학년이 되는 과정을 분석한 단기 종단연구를 보니, 학교급이 전환되는 시점에서 교과 태도(영어 수학에 대한 흥미, 학습 의지 등)와 학교 행복감(교사와의 관계와 학습활동에 대한 즐거움)이 낮아진다. 아마 주변에서 “중학교 가면 어렵다며?

시험도 본다며? 성적표가 온다며?”라며 중학교 생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조장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전환기 학생들을 위한 공교육 지원 체제를 살펴보면 제도적인 간극이 발견된다. 첫째, 학생들은 전환기를 겪지만 교사들은 전환되지 않는다. 초등교사와 중등교사는 양성기관 자체가 다르다. 교대와 사대의 예비교사들이 배우는 내용도 상이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초등교사와 중등교사 간 교류가 일부 시도됐지만 협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둘째, 교육 과정상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습 내용 간의 연계가 강조되지만 실제 교실 수업에서 실현은 쉽지 않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수학에서는 ‘□’였는데, 중학교에 오니 ‘χ’가 되고, 초등학교에서는 영어를 노래로 배웠는데, 갑자기 ‘to 부정사’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러한 간극을 사교육이 메우면서 이 시기에 사교육 시장은 대목이 열린다.

새로운 환경은 도약을 유인하는 자극이 된다. 다만 자극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려면 갖춰야 할 전제 조건이 있다. A중학교 1학년생들에게 어떤 교과가 좋은지를 물으니, 모든 학생들이 “영어가 좋다”고 응답한 사례가 있다. 이유를 물으니 “그 선생님은 ‘끝까지’ 가르쳐 주신다”라고 답했다. 아이들이 설명하는 ‘끝까지’의 의미는 이러하다. “수업시간에 대충 알아듣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면 선생님이 제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시다가 ‘너 모르는 것 같아. 이리 와 봐’ 이러면서 제가 알 때까지 설명해 주세요.”

학습 내용을 기억한다는 것은 학습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아이들은 감정을 훨씬 오래 기억한다. 학습 내용이 어렵더라도 친절한 도움을 받았다는 감정에 대한 기억은 난관에 부닥친 아이들을 일으켜 세우는 특효약이다. 또한 정확한 정보는 불안을 감소시킨다. 전환기 아이들에게 막연한 불안을 안겨주기보다 구체적인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중학교 생활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초등학교에서 배운 학습 내용이 중학교와 어떻게 연계되는지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알아보며 대화해 보자. 기초학력 향상 지원 사이트(www.basics.re.kr)에 가면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도움으로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좌절하지 않을 힘을 얻을 수 있다. 이 시기 학생들이 어떤 상태에서 어떤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제도적인 지원 체계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김태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수학습본부 연구위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수포자#영포자#교육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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