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에 연루됐던 여운진 대한항공 상무(61)가 최근 자회사인 에어코리아 상근고문에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직 없이 대기발령 상태였던 여 상무가 업무에 복귀함에 따라 땅콩회항 사건으로 물러났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 복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2일 대한항공과 에어코리아 등에 따르면 여 상무는 18일 대한항공 퇴직 후 19일 에어코리아 상무로 부임했다. 에어코리아는 대한항공과 진에어 그리고 외국 항공사 등 35개 항공사의 발권과 탑승 서비스를 위탁 수행하는 대한항공 자회사다. 여 상무는 2014년 12월 발생한 땅콩회항 사건으로 현직에서 물러나 3년간 대기발령 상태였다. 땅콩회항은 당시 뉴욕발 대한항공 여객기에 탑승한 조 전 부사장이 땅콩 제공 등 기내 서비스를 문제 삼아 여객기를 계류장에서 되돌린 사건이다. 여 상무는 회항의 원인이 조 전 부사장의 욕설과 폭언이었다는 걸 은폐하기 위해 박창진 전 사무장 등 승무원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한 혐의(강요, 위계 공무집행방해)로 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으로 풀려났다. 이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여 상무의 업무 복귀를 놓고 대한항공과 에어코리아 내부에서 불만 섞인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코리아 직원 A 씨는 “사회적 물의를 빚은 임원을 복귀시킨 건 오너 일가의 최측근이란 이유로 자리 챙겨준 걸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승무원 B 씨는 “땅콩회항과 유사한 사건이 벌어지면 또다시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며 불안해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여 상무는 항공서비스 분야에 오랜 경력이 있고 계열사 순환인사 차원에서 이번에 에어코리아 고문을 맡은 것”이라며 조 전 부사장 복귀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땅콩회항 사건 후) 3년 이상 지난 만큼 내부에서는 조 전 부사장 복귀 가능성이 무르익었다는 분위기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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