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이 軍務봤던 ‘전라좌수영 동헌 터’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6일 03시 00분


진남관 뒤편 군자동 일대 발굴조사… 조선시대 건물부지 11곳 등 확인
4월 시민 대상 현장 공개 설명회

여수시는 (재)전남문화재연구원이 올 1월부터 군자동 일대 전라좌수영 터 발굴조사를 실시해 발견한 조선시대 동헌 기와를 공개했다. 여수시 제공
여수시는 (재)전남문화재연구원이 올 1월부터 군자동 일대 전라좌수영 터 발굴조사를 실시해 발견한 조선시대 동헌 기와를 공개했다. 여수시 제공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군사 업무를 봤던 전남 여수의 전라좌수영 동헌 터가 발견됐다.

25일 여수시에 따르면 (재)전남문화재연구원이 올 1월부터 국보 304호인 진남관 뒤편 군자동 일대 전라좌수영 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선시대 건물 부지 11곳, 축대 2곳, 인도, 담장, 배수로 등이 확인됐다. 이번 발굴은 전라좌수영 터 1873m²의 1, 2단계 조사다.

여수시는 현재까지 확인된 고지도와 고문헌, 발굴성과 등을 종합해 전문가포럼을 실시하는 한편 다음 달 시민들을 대상으로 발굴 현장을 공개하는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또 전라좌수영 터 3, 4단계 정밀 발굴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각종 문헌에 따르면 전라좌수영은 조선시대 성종 10년인 1479년 전라도 지역에 왜구 침범이 잦아지자 여수항인 여수시 군자동 일대에 건설되기 시작했다. 이순신 장군도 임진왜란이 발발하던 해인 1592년 전라좌수영 성문 앞 도랑(해자)과 성곽 등을 쌓았다. 전라좌수영은 이후 2차 왜란으로 불리는 정유재란(1597∼1598) 당시 왜구에 의해 처음 불에 탔다.

임진왜란이 끝난 직후 삼도수군통제사인 이시언이 객사인 진남관을 건립하는 등 전라좌수영 건물들이 잇따라 지어졌다. 진남관이 1716년 화재로 소실되자 절도사 이제면이 2년 만에 중건했다. 전라좌수영은 일제강점기인 1919년 화재가 발생해 흙 속에 묻혔다. 전함이 정박했던 전라좌수영 앞바다는 현재 매립돼 상가 등으로 바뀌었다.

발굴조사팀은 전라좌수영 토층과 부지를 토대로 해당 위치의 건물이 최소 3차례 이상 소실되고 중건됐다고 분석했다. 이는 3차례 이상 재건이 이뤄진 전라좌수영 동헌 고문헌 기록과 일치하고 있다.

발굴조사에서 군자동 465번지를 중심으로 공무를 보던 관아 건물이 확인됐고 동쪽으로 구들시설을 갖춘 내아 건물, 북동쪽으로 일부 담장시설도 발견됐다. 이런 배치는 1815년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전라좌수영 배치도인 ‘호좌수영지 영성도’에 그려진 동헌 모습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라좌수영 터에서 ‘절도사(節度使) 이○, 정성(鄭晟)’ 등의 문구가 쓰여 있는 기와가 발견됐다. 여수시는 정성이라는 인물에 주목하고 있다. 진남관에 걸려있는 중건 참여 인명록을 기록한 현판에는 군관 정성 책응도감(軍官 鄭晟 責應都監)이라고 이름과 직책이 적혀 있다. 여수시는 기와와 진남관 중건 인명록 현판에 적힌 정성을 동일인물로 추정하고 있다.

여수시는 기와 등을 감안하면 발굴 터가 조선시대 전라좌수영 부지라는 것에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배병선 국립문화재연구소 실장, 신웅주 조선대 교수, 윤덕향 호남문화재연구원장 등 자문위원들은 발굴지가 조선시대 동헌 건물 부지가 확실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동헌은 고을 수령 등이 정무를 보던 곳이다. 전라좌수영 동헌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직접 군무를 본 공간으로 의미가 크다.

여수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전라좌수영 복원을 위해 2015년 복원사업에 착수했다. 2022년까지 215억 원을 투입해 진남관 주변 1만1263m²에 운주헌, 결승당 등 전라좌수영 동헌 건물 8동을 복원할 방침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보수공사가 진행 중인 진남관이 2020년 옛 위용을 드러내고 군자동 일대에 전라좌수영 운주헌, 결승당 등이 복원되면 여수는 호국충절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구국도시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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