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파워기업]텀블러 등 개인용 살균건조기 생산하는 부산 창업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6일 03시 00분


<74> ESN

개인 살균건조기 생산 창업기업인 ㈜ESN 직원들이 위탁생산업체인 맥스전자에서 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ESN 제공
개인 살균건조기 생산 창업기업인 ㈜ESN 직원들이 위탁생산업체인 맥스전자에서 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ESN 제공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ESN이란 회사를 찾기는 쉽지 않다. 2015년 12월 출발해 2016년 법인으로 전환한 부산 창업 기업이어서다.

그러나 회사명이 함축한 ‘쉽고(Easy), 간단하고(Simple), 혁신적인(Innovation)’ 경영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설 날을 꿈꾸고 있다.

그 꿈은 2015년 홍성두 대표(56)가 생활의 불편을 개선해 보겠다면서 시작됐다. 매일 밤늦게 귀가해 물을 담았던 빈 텀블러를 내놓은 고교 3학년 딸과 아내가 벌인 실랑이가 계기였다. ‘고3쯤 됐으면 스스로 씻어야 하지 않느냐’는 아내와 ‘수능에 시달리는 딸 텀블러 하나 못 씻어주느냐’는 딸은 번번이 신경을 곤두세웠다.

홍 대표는 텀블러를 간편하게 말리고 살균까지 해주는 제품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의 머릿속에 실용화 아이디어가 대략 잡혔다. 그러고는 25년간의 의료기 및 가전제품 관련 직장생활을 접었다.

이듬해 직장 동료였던 김창률 씨(53)를 연구소장에, 안철훈 씨(51)를 총괄이사로 영입해 직원 6명으로 부산 남구 동명대 산학협력관 405호에 둥지를 틀었다. 부산시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원하는 ‘챌린지 플랫폼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ESN이 생산한 개인 살균건조기.
ESN이 생산한 개인 살균건조기.

기술보증기금에서 벤처기업 인증과 함께 1억 원을, 2016년 5월 부산 대표 창업기업으로 선정돼 신용보증기금 ‘퍼스트 펭귄 지원금’ 5억 원을, 정부과제 수행 지원금 1억 원을 받아 종잣돈 7억 원을 모았다.

‘아침이슬처럼 깨끗하고 순수한 제품’이란 뜻의 개인용 살균건조기 ‘아사로사(asarosa)’ 개발에 박차를 가해 지난해 원뿔형 아사로사가 탄생했다. 살균, 건조가 한 번에 끝난다.

지름 11cm, 높이 14.5cm, 무게 200g의 본체와 뚜껑으로 단순하면서도 휴대하기 쉽다. 원뿔 뚜껑을 열고 텀블러나 유리잔을 거꾸로 올려놓은 후 살짝 누르면 된다. 1차 살균과 온풍건조, 2차 살균까지 25분이면 충분하다. 전원은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 포트를 통해 보조배터리나 노트북컴퓨터에 연결해 쓸 수 있다.

기존 자외선(UV) 살균 방식과 다른 메커니즘으로 식중독과 장염, 구강염 등을 일으키는 대장균, 황색포도구균, 녹농균, 비브리오균, 살모넬라균을 99.9% 죽일 수 있다. 파장이 가장 강력한 UV-C253.7nm 자외선램프를 여러 개 설치해 살균과 건조가 모두 빠르다.

지난해 9월 인터넷쇼핑몰 판매를 시작한 이래 약 1200개가 팔렸다. 외국에 더 잘 알려져 베트남 하노이 롯데백화점에도 입점했다. 중국 수출 납품을 협의하고 있다. 조달청 우수제품으로 등록됐다. 가격은 4만9500원. 부산 맥스전자에 위탁 생산하고 있다.

부경대 김영복 교수팀과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6월에는 휴대용 젖병 살균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살균 안면 보습기와 치과용 기구도 곧 생산한다.

안 이사는 “지난해 제품 판매와 과제 수행 등 매출 3억 원이었지만 올해는 약 8억 원을 예상한다. 10월경 중소벤처기업부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TIPS)에 선정되면 15억 원은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승희 연구원(27)은 “ESN은 창업 기업이지만 제품 생산 로드맵이 잘 짜여 있고 팀워크도 매우 좋다”며 “다만 스타트업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충분하지 않아서인지 뒷받침을 해주는 시스템은 부족해 아쉽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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