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26일 낮 12시 익산 3개 측정망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m³당 평균 111μg으로 ‘매우 나쁨’ 수준이었다. 전북지역 전체도 평균 70μg(나쁨)으로 수도권 못지않았다.
본보가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익산은 지난해 초미세먼지 관측망이 있는 전국 157개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m³당 51μg이상) 수준 이상을 기록한 날이 68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경기 평택(60일), 여주(51일), 강원 원주(51일) 순이었다. 가장 청정한 지역은 충남 부여 예산, 경북 칠곡 등으로 지난해 미세먼지 고농도 일수가 단 하루였다.
지역별로 미세먼지가 발생한 원인은 천차만별이었다. 물론 국내 미세먼지 발생원을 따져보면 중국의 영향이 크지만 중국은 당장 어찌하지 못하는 변수인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각 지역에 맞는 ‘족집게’ 미세먼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 익산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일수 1위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30일 이상 발생한 지역은 25개 시군구였다. 이 중 수도권을 제외하면 전북이 익산 외에 정읍(36일), 김제(35일), 고창(30일) 등 4곳으로 가장 많았다. 전북은 지난해 17개 광역지자체 고농도 평균 일수에서도 30일로 1위였다.
동쪽에 노령산맥이 공기 흐름을 막는 것이 큰 원인이지만 최근 전북도 자체 조사에서 도내 축산 악취를 새로운 원인으로 지목했다. 송미정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전북 초미세먼지 1차 배출량은 전국 2% 수준에 불과한데 2차로 미세먼지를 만드는 전구물질(서로 결합해 어떤 물질을 만드는 전 단계 물질)인 암모니아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농도가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익산 정읍 등에 몰린 축산농가의 악취가 미세먼지 발생의 주원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인구·차량·택지개발·배출사업장 수에서 전국 1위를 달리는 만큼 상위 30위 안에 가장 많은 16개 시군구가 이름을 올렸다. 특히 평택(60일), 여주(51일), 동두천(48일) 등 중·대형 산업단지들이 위치하거나 김포(44일), 양주(42일) 등 택지개발이 집중된 곳의 고농도 일수가 잦았다. 전국 3위를 기록한 원주는 지형적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태백산맥을 등진 ‘막힌 지형’이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 미세먼지 원인 천차만별, 지자체별 대책 달라야
흔히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중국 등 국외 영향은 60∼80%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 미세먼지는 하루 이틀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한국과 중국은 장기적으로 미세먼지 개선 관련 공동 연구를 위해 올해 6월 베이징(北京)에 한중환경협력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제 중국 타령만 하지 말고 정부와 지자체가 각 지역에 맞는 ‘맞춤형’ 미세먼지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용원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흔히 청정할 거라 여겨지는 전원지역이 화목 난로나 노천 소각 등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을 수 있다”며 “대도시뿐 아니라 지방 소도시까지 다각적인 분석 및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수도권대기특별법으로 관리되며 초미세먼지 관측망이 밀집한 서울의 경우 지난해 상위 20위 안에 든 지자체가 마포구(35일) 한 곳에 불과했다. 반면 지방 소도시 등 고농도 일수가 높은 곳 중에 원인이 불분명해 보이는 곳이 많았다. 초미세먼지 관측망조차 설치되지 않은 지자체도 전국 기초지자체 226곳 중 69곳(30%)에 달한다. 인구 10만 명당 하나를 설치하도록 한 환경부의 관측망 설치 지침 때문이다.
27일부터 초미세먼지 대기환경기준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m³당 51μg→36μg 이상)되면 나쁨 일수가 크게 증가함과 동시에 나쁨 다발지역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27일 기준이 상향되면서 수도권에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26일에 이어 올 들어 5번째 조치다. 새로운 대기환경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의 고농도 일수 평균이 3배 이상 늘었다. 전북 익산의 나쁨 일수는 142일, 부산 사하구는 128일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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