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경보 울려 달려가니… 쇠사슬 묶인 현관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7일 03시 00분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새벽 연기… 비상구도 잠겨있어 탈출구 ‘제로’
기숙사생 40여명 가슴 쓸어내려

서울 강남구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에서 심야에 화재경보가 울렸는데 기숙사 비상구와 현관문이 잠겨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6일 서울 강남소방서는 15일 오전 2시 40분경 이 학교 기숙사 1층 식당 주방에서 화재경보가 울렸다는 신고를 받았다. 학생 몇 명이 계란 2개를 삶으려고 전기레인지(인덕션)를 켰다가 너무 오래 놔두는 바람에 냄비 바닥이 타서 연기가 난 것.

당시 기숙사 1층에는 남학생 10여 명, 2층에는 여학생 30여 명이 자고 있었다. 경보에 놀라 깬 학생들은 대피하려고 했지만 각 층 비상구는 잠겨 있었다. 1층 현관문도 쇠사슬로 묶인 상태였다.

신고를 받고 약 3분 만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유압장비(와이어커터)를 이용해 쇠사슬을 끊어 현관문을 열었고 학생들은 빠져나왔다. 학생 14명은 구역질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1, 2층 비상구 일부는 학생들이 문을 열어 보려고 의자 등으로 내리쳐 일부 부서졌다. 건물 경비원은 “이미 연기는 잡혔고 불도 나지 않아서 학교 규칙에 따라 문을 열어줄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소방 당국에 해명했다고 한다. 소방 당국은 비상구가 잠겨 있던 것은 소방법 위반이라 판단하고 학교 측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러나 20일 새벽 학부모들과 소방 당국이 재점검 차원에서 학교를 다시 찾았을 때 6층 건물의 각 비상구는 열려 있었지만 현관문은 자전거 자물쇠용 체인으로 잠겨 있었다. 일부 학부모는 “어떻게 또 잠가 놓느냐”며 항의했다. 학교 측은 “보안상 0시∼오전 6시 현관문을 잠근다”고 설명했다.

배준우 기자 jjoonn@donga.com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화재경보#연기#비상구#기숙사#쇠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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