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으로 거듭나는 제주]“4·3 동백꽃 배지를 달아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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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동백꽃 릴레이’ 캠페인
배포 신청 쏟아져 68만 개 제작

제주시 애월고교 학생들이 4·3사건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자체 디자인해 제작한 동백꽃 배지를 생존희생자에게 달아주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시 애월고교 학생들이 4·3사건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자체 디자인해 제작한 동백꽃 배지를 생존희생자에게 달아주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4·3사건 해결은 비극을 치유하는 국민적 통합, 국가민주주의 정립과 직결되는 사안이지만 그동안 제주도라는 일정 공간에서만 진행되고 일반 국민에게는 낯설다. 이번 70주년을 맞아 제주도와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등이 전국화, 세계화를 내건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보수와 진보 진영을 뛰어넘어 다양한 인사가 참여하는 ‘제주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릴레이 캠페인은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문소리, 조정래, 유홍준, 홍준표, 유시민 등 각계각층 인사가 나온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 캠페인과 함께 ‘동백꽃 릴레이’가 등장했다. 관련 기관, 단체들은 전국적으로 ‘4 ·3 동백꽃 배지를 달아주세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동백꽃 배지 품귀 현상까지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당초 20만 개를 제작 배포할 예정이었으나 전국 각지에서 신청이 쇄도해 모두 68만 개를 만들 예정이다. 제주지역 주요 행정기관과 전국 시·도 민원실, 부산민주항쟁 기념사업회, 광주 5·18기념재단 등에서 배포한다. 제주시 애월고교생은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동백꽃 배지를 제작, 배포하는 등 4·3 관련 배지가 다양해지고 있다.

동백꽃은 추운 겨울 화려한 꽃망울을 터뜨리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지만 어느 날 ‘툭’하며 통꽃으로 진다. 4·3사건 희생자 영혼들이 붉은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 없이 스러져갔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꽃으로, 4·3의 아픔을 표현한다. 제주 출신 강요배 화백이 4·3연작시리즈인 1992년 ‘동백꽃 지다’의 표지화 및 작품으로 등장한 이후부터 상징적으로 쓰이고 있다. ‘잠들지 않는 남도’의 노랫말처럼 유채꽃을 상징 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지만 제주의 4월을 대표하는 유채꽃은 1960년대 환금 작물로 도입된 이후 재배했기 때문에 4·3과는 거리가 멀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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