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첫 보고를 받은 시각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주장한 오전 10시보다 20분가량이 늦은 오전 10시 20분께였던 것으로 검찰이 파악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사고 당일 집무실이 아닌 관저 침실에 머물며 뒤늦게 첫 상황보고를 받았으며,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총력 구조를 전화로 지시한 시각도 오전 10시 15분이 아니라 구조 ‘골든 타임’이 지난 10시 22분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세월호가 침몰한 후에야 첫 보고를 침실에서 받았다는 것이다.
또한 사고 당일 오후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청와대 관저에 들어와 박 전 대통령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등 대처 방안을 논의한 새로운 사실도 밝혀졌다.
‘세월호 사고 보고 시각 조작 및 대통령훈령 불법 수정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자용 부장검사)는 28일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관련 첫 발생 보고를 서면으로 받은 시각은 당일 오전 10시19분∼10시20분께였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국회 청문회 등에서 첫 보고 시점이라고 주장했던 10시보다 20분가량 늦은 시각이다.
당시 청와대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당일 10시 최초 서면 보고를 받았고, 10시 15분 김장수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인명구조 관련 지시를 하였으며, 10시22분 다시 김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추가 지시를 하였고, 그 후 비서실로부터 실시간으로 11회에 걸쳐 서면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골든타임’ 전에 대통령 보고와 지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청와대 근무자와 각 부처 관계자 등 63명의 참고인을 조사한 결과 박 전 대통령이 참사 당일 정시에 본관 집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머물러 있었으며, 관저에 서면 보고서가 도달된 때는 오전 10시 19분∼20분께인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이 무렵에는 이미 세월호가 108도로 전도돼 구조 불가능 상태로 침몰 중인 상태여서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이 지난 때라고 판단했다.
김 전 실장과 박 전 대통령 간에 첫 전화 보고가 이뤄진 시각도 과거 청와대가 주장했던 오전 10시 15분이 아니라 10시 22분으로 드러났다. 김 전 실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자 안봉근 전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에게 전화를 건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안 전 비서관이 차를 타고 관저로 가 수차례 박 전 대통령을 불렀고, 침실에 있던 박 전 대통령이 밖으로 나와 김 전 실장에게 전화해 “단 한명의 피해도 없게 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세월호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이 11차례에 걸쳐 실시간으로 서면보고를 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조사 결과 정호성 전 대통령부속비서관이 이메일로 11차례 발송된 ‘4.16 여객선 침몰 사고 상황’ 보고서를 오후와 저녁 시간에 각 1회씩 출력해 총 두 차례 일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탑승객 구조 골든타임의 마지막 시간을 오전 10시17분으로 설정하고 그 이전에 대통령 보고와 지시가 있었음을 가장하기 위해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최순실 씨가 청와대 관저에 검색절차 없이 은밀히 들어와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탄핵심판 과정에서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 당일 간호장교와 미용사를 제외하고 어떤 외부인도 관저에 들어온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최 씨는 이날 이영선 전 행정관이 모는 차를 타고 오후 2시 15분께 청와대로 들어와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이 참여한 가운데 박 전 대통령과 회의를 연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이 결정됐다.
검찰은 또한 박근혜 정부가 적법한 대통령훈령 개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가안보실이 재난상황의 컨트롤타워’라고 규정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3조 등을 볼펜을 이용해 삭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후 ‘안전행정부가 컨트롤타워’라는 손 글씨로 수정된 지침을 65개 부처와 기관에 보내 시행하도록 지시했다고 파악했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가 ‘청와대는 재난 상황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기 위해 서둘러 지침을 수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밝히지 못했던 여러 가지 사실들을 확인한 경위에 대해 이번 수사과정에서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운전한 업무용 승합차의 남산1호 터널 통과 내역과 이 전 행정관의 신용카드 결제내역이 확인돼 이를 단서로 정호성, 안봉근, 이재만 각 비서관들과 이영선, 청와대 관저 근무 경호관 등을 조사해 이 같은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은 세월호 사고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 보고 및 지시 시각을 조작해 국회 답변서 등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설장과 김장수 전 안보실장을 허위공문서작성죄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불법 변개해 지침 원본을 손상하고 공무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린 김 전 안보실장은 공용서류손상죄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해외도피 중인 김규현 전 국가안보실 제1차장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및 여권 무효화 등의 조치를 내렸다. 현역 군인인 신인호 전 위기관리센터장은 군검찰로 이송했으며 세월호 사고 당일 대통령의 행적에 관해 허위 증언한 윤전추 전 행정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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