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성폭행 사건에 휘말리기 전 더불어민주당 충남도지사 예비후보들은 안 지사가 이끌었던 도정을 찬양하고 계승을 약속하기에 바빴습니다. 양승조 의원, 복기왕 전 아산시장, 지금은 사퇴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모두 비슷했습니다. 안 전 지사의 높은 인기를 감안했을 겁니다.
모든 지방자치단체장에게는 명암이 존재합니다. 주민들은 차기 단체장이 전임의 잘한 부분을 이어받고 실정을 극복하기를 바랍니다. 이런 주민의 요구에 부응하려면 후보는 정당의 논리나 개인적 의리를 넘어 전임 단체장의 공과를 엄정하게 분석해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충남도지사 선거전에서는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21일 대전시청 기자실을 방문한 양 의원에게 기자들이 “안 전 지사 도정은 실상 논란이 적지 않았다. 그런 점을 파악하고 있다면 왜 한 번도 비판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양 의원은 “(공과) 판단을 하고 있지만 같은 정당 소속으로 잘잘못을 말하는 게 쉽지 않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는 “안 전 지사가 지금은 참담한 상황에 있어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자들이 “그건 개인적인 의리이고 지사 후보로서 도정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도민에 대한 도리와 의무 아니냐”고 되물었습니다. 양 의원은 “나름 생각이 있으니 도정을 맡게 되면 구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날인 22일 공약을 발표한 복 전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는 “충남이 세종시로 인해 혁신도시에서 제외됐고 그로 인해 공공기관 채용 의무화 대상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대전이나 여타 지역도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민주당 서울시장 주자들이 같은 당 박원순 시장의 시정을 비판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보입니다.
청와대 선임행정관 출신인 박영순 예비후보는 ‘문통직통’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과 눈을 마주한 대형 사진을 내걸었습니다. 유성구청장 출신인 같은 당 허태정 예비후보와는 ‘친문 공방’까지 벌였습니다. ‘문팔이(문 대통령을 파는 사람)’ 등의 곱지 않은 표현까지 나왔습니다. 박 후보 측은 27일 공식 출마선언을 하면서 ‘대전 발전 핫라인’이라는 슬로건을 더 앞세웠습니다. 캠프 측은 “대전시민과 최우선으로 소통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박근혜 대통령과 찍은 대형 사진으로 선거판을 도배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대전 서구의회는 최근 여성을 성추행해 벌금형을 받은 자유한국당 의원의 징계안을 부결시켜 호된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서구의회는 개원 초기 의장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힘겨루기로 3개월간 개원도 못해 공분을 샀습니다. 이들 의원은 6·13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거나 시의원으로 점프해 출마합니다.
지방행정의 시선을 중앙정부 아닌 주민에게 돌리라고 지방자치를 시작한 지 25년(1994년 단체장 첫 선거 기준)이 됐지만 안타까운 광경은 여전합니다. 이번 선거에는 국민에게 눈을 맞출 후보 어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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