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5000명 중에 1명꼴로 발생한다는 ‘에이퍼트 증후군’. 뇌가 완전하게 성장하기 전 두개골의 봉합선이 닫혀 머리모양과 구강 구조가 뒤틀리고 사지가 달라붙는 등 심각한 기형을 유발하는 희귀질환이다. 에이퍼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가연이는 태어난 순간 엄마 품에 안겨보지도 못한 채 중환자실로 직행했다. 생후 3개월에 두개골을 늘리는 신연기수술을 시작으로 양악 수술, 손발 분리수술 등 11차례 수술을 받았다. 수술비로 들어간 돈만 수천만 원. 평범하던 가정은 순식간에 빚더미에 올랐다. 장애 특성으로 성장이 멈추기 전까지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 일이 계속 생겼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수술비가 들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가연이의 안타까운 사연은 밀알복지재단 후원자들에게 전달됐다. 방송과 온라인 등으로 소개된 가연이의 사정에 수많은 후원자들이 후원금을 보내왔다. 수술 날짜를 잡아놓고도 수술비가 없어 막막하던 가정에 희망의 불이 켜졌다. 지난해 위턱 교정 수술과 엄지손가락 분리수술, 경추 수술을 받은 가연이는 4월 휘어진 왼쪽 발목을 바로 펴는 수술을 받는다. 꾸준한 재활치료 덕분에 말도 부쩍 늘었다. 가연이 어머니 이영미 씨는 “후원해주신 사랑에 꼭 보답하겠다. 잘 가르쳐서 훗날 누군가를 돕고 배려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겠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장애 아동이 있는 가정은 경제적으로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재활치료와 의약품, 의료장비, 정기검진비 등 의료비 지출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이다.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은 장애로 인해 월평균 16만4000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2016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의 의료이용 및 질환 비교 연구’에서는 장애 아동의 연간 진료비가 비장애아동에 비해 4배 이상 높았다.
중증 장애자녀의 긴 돌봄 시간도 장애 아동 가정의 형편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2014년 한국장애인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장애 아동 부모는 평일 평균 12.3시간을, 주말과 공휴일에는 18.4시간을 자녀를 돌보는데 쓰고 있었다. 중증 장애자녀가 있을 경우 간병을 맡은 부모의 경제활동 참여는 사실상 불가한 것과 마찬가지다. 한부모 가정의 경우 문제는 더 커진다. 경제활동을 할 사람이 없어 순식간에 수입이 없는 저소득층으로 전락해버리기 쉽다.
실제로 국내 장애 아동의 28%가 장애 아동수당을 받는 기초수급, 차상위 계층의 저소득 가정 아동들이다. 정부에서 장애 아동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 등 다양한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일부 의약품과 재활치료비 등 비급여 항목 등이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면서 많은 장애 아동들이 제때 받아야 할 의료 서비스를 충분하게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밀알복지재단은 2005년부터 저소득 장애 아동 가정에 의료비를 지원하는 ‘기적을 품은 아이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애에서 조기치료는 중요하다. 시기적절한 치료만이 장애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밀알복지재단은 현재까지 약 1300여 명의 아동에게 의료비를 지원했다. 가연이와 같은 희귀난치성 환아의 수술비 외에도 의료지원이 필요한 저소득 장애 아동에게 재활치료비와 의약품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나금융나눔재단, SK건설 등 기업들도 따뜻한 기부금으로 참여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은 4월부터 ‘웃어요 캠페인’을 통해 안면장애 아동에게 희망을 전하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웃어요 캠페인’은 선천성 구순구개열 등으로 치료나 수술이 필요한 안면장애 아동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캠페인이다.
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는 “밀알복지재단은 장애 아동들이 건강하게 성장해 우리 사회에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며 “수술이나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고 장애의 악화를 막는 것이 사회통합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어려운 형편으로 치료중단 위기에 놓인 저소득 장애 아동들에게 관심을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