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사측은 대외비 내용인 신차 개발 단계까지 공개하며 노조에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합의 촉구를 호소했다. 하지만 노조는 한국GM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노조는 폐쇄가 결정된 군산공장 문제 해법을 요구했고 결국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제네럴모터스(GM) 본사가 한국GM에 노사에 요구한 ‘3월내 비용절감 방안 합의’에 대한 제 7차 교섭은 그렇게 끝났다. 이날은 GM본사가 신차 배정과 차입금 지원의 마지노선으로 강조했던 ‘운명의 날’이었다.
1일 본사가 지난달 30일 노사 교섭 내부 회의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노사의 입장은 팽팽이 맞서고 있었다. 마음이 더 급한 건 사측이었다. GM본사가 3월내로 임단협 타결을 못 하면 신차 배정과 추가 지원을 못 한다고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당장 자금 유동성 확보가 급했던 한국GM 사측은 임단협을 타결해 GM본사로부터 지원을 이끌어 내야만 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은 노조 간부들에게 “신차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과 트랙스 후속(9B)과는 전혀 다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연간 5만대 생산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신차 배정 계획안을 공개해 임단협 타결을 이끌려 한 것이다. 지난달 30일 교섭에서 사측은 더 구체적으로 “CUV는 연구 개발 초기 단계(PFI), SUV는 연구 개발 중간 단계(DSI)까지 와 있다. 실물이 디자인센터에 있으니 진실성을 믿어 달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CUV가 ‘상상속의 차’일 뿐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대외비 정보까지 공개를 한 셈이다.
노조는 고통분담을 전가하지 말라며 맞섰다. 노조는 “적자가 나는 게 인건비 때문이 맞는가? 고통분담 하라면서 왜 임원진은 캐딜락을 타고 다니는가”라고 따졌다. 급기야 회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노조도 제 3자를 선정해 실사를 하겠다”말했다. 노조가 직접 실사를 해서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면 임금이라도 삭감하겠다고 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측으로서는 2차 실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사측은 “한국GM을 살리기 위해서 주주들을 설득해야 한다며 3월에 임단협을 타결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자 노조는 카허카젬 한국GM 사장에게 “목숨을 걸고서라도 한국GM을 살릴 수 있냐”고 소리친 것으로 전해진다.
노사 양측이 가장 큰 이견을 보인 부분은 군산공장 문제였다. 노조는 희망퇴직을 하지 않고 남아 있는 군산공장의 약 680명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 사측은 임단협 잠정 합의라도 한 뒤 군산공장 인력에 대해 따로 논의 하자고 했다. 노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노조의 공식 입장은 군산공장 폐쇄 철회다. 업계에서는 이를 남은 군산공장 인력을 창원·부평 공장으로 전환 배치 시켜달라는 말로 분석한다.
GM노조 관계자는 “희망퇴직으로 회사는 약 2000억 정도 비용 절감을 했으면서 나머지 인력은 구제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솔직하게 재무 구조를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무슨 타협이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노조는 7차 교섭을 마치고 교섭장을 나가면서 “대외비보다 더 한 정보를 보여줘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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