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충남 아산시 온양병원 장례식장. 지난달 30일 현장 출동했다가 숨진 소방 교육생 문새미 씨(23·여)와 김은영 씨(30·여)의 유족들은 유품을 어루만지며 오열했다.
31일 문 씨 빈소에는 플라스틱 박스 세 개와 작은 더플백 하나가 도착했다. 문 씨가 소방학교에 들어가는 날 곱게 차려입었던 트렌치코트를 보고 유족들은 눈물을 쏟으며 주저앉았다. 분홍색 일기장에는 예비 소방관의 고민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올해의 목표는 ‘부모님 용돈 드리기’였다.
김 씨의 유품 속 출동일지에는 환자 이름과 증상, 복용 약물 이름이 빽빽하게 쓰여 있었다. ‘늦게까지 진료하는 병원’ 목록도 직접 만들었다. 몇 번 써보지 못한 소방모도 주인을 잃고 홀로 돌아왔다. 김 씨의 어머니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포기하라고 해도 10년이 걸려 기어코 소방관이 되더니…”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순직한 두 교육생과 김신형 소방교(29·여)의 합동분향소에는 주말동안 슬픔을 가누지 못한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근조 리본을 단 소방공무원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동료를 잃은 슬픔에 크게 흐느꼈다. 1일 입관을 할 때 이를 지켜보던 유족들은 오열하다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가기도 했다.
세 소방관에게는 31일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됐다. 2일 오전 9시 발인을 마치면 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다만 두 교육생에게 ‘순직공무원’ 지위가 인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 소방교는 현직 소방관이라 1계급 특진과 순직공무원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두 교육생들은 정식 소방관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순직공무원 처분 근거를 찾고 있다. 문 씨의 아버지는 빈소를 찾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우리 공주들 정복 한 번 입혀줘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하며 순직자로 인정해 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김 씨의 오랜 친구라고 밝힌 여성은 ‘친구의 순직자 인정을 도와 달라’는 청원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렸다.
아산경찰서는 31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화물차 운전자 허모 씨(62)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허 씨는 사고 당일 “라디오를 조작하느라 소방차를 못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확보한 화물차 운행기록계에 따르면 당시 허 씨가 시속 74~76km로 운전해 과속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생존 소방대원 진술을 받고 사고 경위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산=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아산=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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