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現고2 대입, 정시 늘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일 03시 00분


2020학년도 선발때 125명 확대
“수시모집 수능 최저기준 폐지… 수험생 부담 덜고 기회 더 줄것”
고려대 “정시 확대 등 검토”, 주요대학 수시축소 신호탄 주목

연세대가 2020학년도 대입 정시 모집인원을 2019학년보다 125명 늘어난 1136명으로 확정했다. 전체 모집인원의 33.1%다. 교육부가 최근 주요 사립대에 정시 선발인원 확대를 타진한 가운데, 주요 대학의 정시 확대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1일 연세대는 ‘2020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발표하고 “정시 모집인원을 늘려 수험생의 기회를 확대하고, 수시 모집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해 수험생의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고교 2학년 대입부터 적용된다.

2019학년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수시 모집인원(정원 내 전형 기준)은 78%, 정시 모집인원은 22%였다. 특히 ‘깜깜이 전형’ ‘금수저 전형’으로 폐지 여론이 비등한 학생부종합전형(내신 성적과 비교과 활동 반영)은 수시 모집인원의 70%를 넘어섰다.

최근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주요 사립대 총장들에게 연락해 “정시 모집인원을 늘릴 수 있는지 검토해 달라”고 문의했다. 이에 지난달 30일 고려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등 서울 9개 대학 입학처장들은 긴급회의를 열었다. 연세대는 이 회의에 없었다. 연세대 관계자는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이미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 정시 확대 방침을 담은 대입전형계획 내부 심의가 끝난 상태였다”고 말했다.

보통 각 대학의 대입전형 발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심의가 끝나고 4월 말에 이뤄진다. 그러나 연세대는 교육당국의 ‘대입전형 흔들기’가 계속되자 수험생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일찌감치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등 9개 대학은 이미 대교협에 2020학년도 대입전형계획을 제출했지만 수시·정시 모집인원 수정을 위해 제출시한을 10여 일 연장하기로 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정시 확대 방안을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수시·정시 모집인원이 2019학년도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세대는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인원도 1091명으로 전년보다 120명 확대한다. 그 대신 논술전형과 특기자전형을 줄인다. 최저학력 기준 전면 폐지도 수험생들의 대입 준비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세대 관계자는 “수능과 학종 트랙 중 하나를 선택해 수험생의 부담을 덜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서울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 반대’ ‘학종 폐지, 정시 확대’ 등을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 반대 및 학생부종합전형 축소’를 촉구하는 청원에 1일 현재 8만여 명이 동의했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폐지되면 사실상 수능이 무력화하고, 수능 절대평가나 자격시험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반면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가 장기적으로 정시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교육당국과 입시업체는 분석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우수 학생을 골라 뽑아야 하는 대학에서는 학생들을 평가할 요소가 없어지면 수시를 줄이게 될 것”이라며 “특히 상위권 대학들의 학종 확대에 제동이 걸린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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