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극 다음날도 뻥 뚫린 초등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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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기자, 12곳중 7곳 ‘그냥 통과’
정문 지나 건물안 교실 복도까지 30분 활보해도 아무도 제지안해
5곳만 신분증 확인 등 규정 지켜

3일 오전 8시 반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앞. 학생들이 줄지어 등교하고 있었다. 교문 옆에는 40대 여교사가 등교 지도 중이었다. 학교 보안관은 교문 앞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노란 깃발을 들고 있었다. 트렌치코트 차림에 백팩을 멘 기자는 조심스럽게 교문 안으로 향했다. 순간 여교사와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학교 건물까지 약 100m를 걸었다. 20대 후반의 남성인 기자에게 “어떻게 오셨냐”고 묻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교장실과 교무실, 교실이 있는 복도를 지나 5층까지 올라갔다. 30분가량 오가며 교사 몇 명을 마주쳤다. 모두들 처음 본 기자에게 웃으며 목례를 건넸다. 불과 하루 전 서울 방배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인질극의 충격은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과연 이 학교만 그럴까.

이날 본보 20대 남성 기자 2명은 서울의 초등학교 12곳을 찾았다. 절반이 넘는 7곳에서 ‘무사통과’였다. 이 중 5곳은 교문에서 아무 제지가 없었다. 나머지 2곳에서는 학교보안관이 신원을 물었다. 하지만 “학부모”라는 말만 듣고 출입을 허용했다. 교육부 규정에 따르면 학교 방문자는 신분증 확인과 출입기록 작성 후 방문증을 받아야 한다. 12개 학교 모두 입구에 이런 안내문이 있었다. 하지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 건 5곳에 불과했다.

한 학교에서 교감을 만나 신원을 밝히고 물어봤다. 교감은 “교내로 들어오는 사람을 일일이 검사하는 건 불가능하다. 특히 방과 후 학교를 적극 개방하라는 게 교육청 방침이라 관리가 더욱 어렵다”고 털어놨다.

방배초등학교에서 인질극을 벌인 양모 씨(25)는 3일 경찰에서 “‘학생을 잡아 세상과 투쟁하라’는 환청이 들려 학교를 찾아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양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김자현·최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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