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돌봄교실이 제일 필요한 건 맞벌이 부부죠. 그런데 ‘계륵’ 같아 신청을 포기했어요.”
올해 딸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이모 씨(37·여·서울 마포구)는 초등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대신 전일제 도우미를 구했다. 이 씨가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보통 오후 7시 이후. 저녁돌봄을 신청했지만 학교는 신청자가 적어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해왔다. 오후 5시 정도에 끝나는 오후돌봄교실을 이용하더라도 어차피 학원을 1, 2곳은 더 다녀야 퇴근 시간과 맞출 수 있다. 이 씨는 “밖에서 아이를 고생시키느니 차라리 집에서 간식도 먹고 쉬도록 했다”며 “도우미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퇴사를 하고 내가 직접 아이를 키우는 게 나은지 고민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 아이는 돌봄 공백, 엄마는 경력 공백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학기 초등 1∼3학년 자녀를 둔 직장인 여성 1만5841명이 퇴사했다. 2022년까지 정부가 학교 돌봄 10만 명, 마을 돌봄 10만 명씩 모두 20만 명을 공적돌봄에 추가로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배경이다.
현재 전체 초등학생 267만 명 가운데 공적돌봄 이용률은 12%에 불과하다. 초등 돌봄교실에서 24만 명,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9만 명을 돌보고 있다. 그러나 초등 돌봄교실 숫자만 무작정 늘릴 것이 아니라 맞벌이 부부가 꼭 찾는 서비스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돌봄교실 수용률은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이 97%, 경기가 94%다. 수용률이 높아 보이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최근 개발된 신도시처럼 돌봄 수요가 많은 곳은 돌봄교실이 부족한 ‘미스매치’ 현상이 발생한다. 과밀학급이 많은 신도시 학교는 돌봄교실 수용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또 맞벌이 부부가 이용하기에는 운영시간이 맞지 않거나, 취약계층에 입소 순위가 밀려 이용을 포기하기도 한다.
○ 돌봄 전담사 한 명당 학생 20명, 아이들 방치
보통 돌봄교실은 학생 20명당 전담사 한 명이 배정된다. 이렇다 보니 학생들에게 자습을 시키거나 지켜보는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 초등 4학년 아들을 둔 양모 씨(41·여·서울 용산구)는 “아침돌봄을 신청했지만 아이가 우두커니 앉아있기 싫다고 바로 빈 교실로 갔다. 이런 사실도 한 달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초등 돌봄교실 운영지침에 따르면 놀이 중심 프로그램을 운영하되 매일 하나씩 무상 프로그램을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지역, 학교마다 돌봄 서비스 질은 천차만별이다. 운영비와 인건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예산을 충당하기 때문에 시도별 재정 상황에 따라 격차가 벌어진다. 중 1학년 아들과 초등 6학년 딸을 둔 김모 씨(41·여·경북 청도군)는 아이들이 초등 1, 2학년 때 모두 초등 돌봄교실로 보냈다. 처음에는 저녁식사도 제공되고 받아쓰기도 가르치던 돌봄교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습만 시키는 등 질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초등 3학년부터 아이들을 ‘학원 뺑뺑이’를 돌렸다.
맞벌이 부부가 가장 곤혹스러운 시기는 방학이다. 방학에도 초등 돌봄교실을 오후 5시까지 운영해야 맞지만 반나절만 운영하는 학교가 많다. 학교로선 비용은 물론 업무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초등 3학년과 5학년 형제를 둔 이모 씨(44·서울 용산구)는 “고학년이 되면 우선순위에서 밀려 초등 돌봄교실 이용이 어렵고, 저학년도 일찍 돌아온다. 지난 겨울방학에는 결국 점심을 제공하는 영어학원을 보냈다”고 말했다.
학교 빈 교실을 활용한 돌봄교실의 안전 문제도 보완해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곽모 씨(43·서울 서초구)는 “오전 7시 반경 학교에 보내면 돌봄교실 외에 학교는 텅 비어 있다”며 “딸아이가 화장실 가기를 무서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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