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6시(현지 시간 오전 2시). 전화기 너머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서 들려오는 이효섭 씨(35)의 목소리는 피곤하지만 약간 들떠 있었다. 이 씨는 지난해 ‘2017 서울혁신챌린지’ 최우수상을 받은 스타트업 ‘플랫팜’ 대표다. 지난달 이 씨는 서울혁신챌린지 공식 파트너인 엔비디아가 주최하는 세계적 인공지능 박람회 GTC(GPU Technology Conference)에 초청받아 실리콘밸리로 갔다. GTC에서는 세계 각국 인공지능(AI) 관련 과학자, 엔지니어, 기업이 모여 최신 AI 관련 기술을 선보인다.
서울혁신챌린지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AI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통해 도시 문제를 해결할 시민, 기업, 대학을 뽑는 아이디어·기술 오디션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참가팀을 공모한 뒤 예선과 시제품 제작 등을 거쳐 같은 해 12월 결선에서 16개 팀(최우수 2팀, 우수 4팀, 장려 10팀)에 시상했다.
이 씨의 플랫팜은 AI를 활용해 모바일 텍스트 메시지에 담긴 감정을 추출해 적절한 이모티콘을 자동으로 보내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가령 ‘차가 막혀서 늦을 것 같다’는 문자를 보낼 때 미안한 감정을 담은 이모티콘이 자동으로 딸려가는 식이다. 사람들이 텍스트 메시지와 함께 보낸 이모티콘 빅데이터를 학습한(머신러닝) AI가 특정 문장에 어울리는 이모티콘을 찾아 보낸다. 이 씨는 “대부분의 AI 기술은 수치로 표현되는 효율성 위주로 개발되는데 이 기술은 소외되기 쉬운 도시인들의 감정 소통을 도와 인간관계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지난해 8월 서울혁신챌린지 예선에서 “텍스트의 감정 인식에서 더 나아가 말투나 얼굴 표정에서 감정을 추출하거나 인식한 감정을 이모티콘뿐 아니라 글씨체나 글의 움직임 등으로 표현하는 것도 생각해보라”는 한 심사위원의 조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앞으로 플랫팜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것이다. 기술을 개발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도 얻었다. 서울시 산하 서울산업진흥원(SBA)을 통해 네트워크를 알게 돼 기존 150명 정도이던 이모티콘 제공 작가가 약 600명으로 늘어났다.
GTC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끝났지만 이 씨는 계속 미국에 있다. GTC에서 만난 AI 기술 관련 기업들과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플랫팜 제품의 판로를 뚫기 위해서다. 이 씨는 “내일 만나기로 한 기업이 굉장히 중요한 업체여서 더 준비하다 자려고 한다”며 “서울혁신챌린지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서울혁신챌린지 도전자들을 응원했다.
제2회 2018 서울혁신챌린지는 다음 달 31일까지 참가자를 모집한다. 서울시민이나 서울에 사는 외국인, 서울 소재 기업과 대학 등이면 SBA 홈페이지(www.sba.seoul.kr)에서 아이디어 계획서만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아이디어 공유 및 팀 꾸리기(6∼9월), 예선 평가(10월), 시제품 개발(11월∼2019년 3월), 최종 결선 평가(2019년 4월)까지 약 400일간 진행된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내실 있는 기술 개발을 위해 아이디어 공유 및 팀 꾸리기, 시제품 개발 기간을 각각 3개월에서 4개월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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