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4일 성폭행 관련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다 제 잘못입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53)는 5일 서울 남부구치소를 나선 뒤 오전 2시14분께 기자들에게 이 같이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안 전 지사는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자 “낮에 말씀 드렸듯 이 사건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말씀드리겠다. 언론인 여러분에게 말씀드리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한 뒤 빠르게 차량에 올라탔다.
앞서 안 전 지사는 전날 오후 2시 서울서부지법 박승혜 영장전담판사(37·사법연수원 36기) 심리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 법정에서 다 말씀드리겠다. 죄송하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같은 날 오후 4시 40분경 영장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서면서는 “사안의 특성상 법정과 검찰 조사에서만 말씀드리겠다. 언론인 여러분께 말씀드리지 못하는 점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며 말을 아꼈다.
이후 박승혜 영장전담판사는 5일 오전 1시30분께 “범죄 혐의에 대해 다퉈 볼 여지가 있고, 피의자가 도망할 우려가 있다거나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점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2시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뒤 남부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안 전 지사도 약 7시간 만에 풀려났다.
안 전 지사 법률대리인인 이장주 변호사는 “합의에 의한 관계라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계속 말씀드렸듯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며, 수사과정에 항상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수행비서이던 김지은 씨(33)를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4차례 성폭행하고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신이 설립을 주도한 싱크탱크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더연) 직원 A 씨를 2015~2017년 4차례 성추행하고 3차례 성폭행한 의혹도 있다.
법원이 안 전 지사에 대한 영장을 기각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곽형섭 영장전담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 자료와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 제반 사정에 비춰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지금 단계에서는 구속하는 것이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난달 28일 검찰의 첫 영장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이에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오정희)는 “2차 피해가 발생하는 등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인멸 정황이 인정된다”며 2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혐의는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과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을 적용했다. 안 전 지사에 대해 재청구 영장에는 추가된 범죄 사실은 없고, 두 번째 고소인인 A 씨와 관련된 혐의는 포함되지 않았다.
법원은 두 번째 영장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안 전 지사의 신병을 확보하고 수사를 이어가려던 검찰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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