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영화축제’ 전주국제영화제 한달 앞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6일 03시 00분


마니아 겨냥 논쟁적인 영화 늘리고, 대중적 영화도 상영해 관객층 넓혀
46개국 246편 영화 상영 역대 최대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46개국 246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 제공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46개국 246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 제공

‘봄날의 영화 축제’ 전주국제영화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디지털·독립·예술영화의 축제’를 표방하며 출범한 지 19년이 지나 내년이면 성년을 맞는다. 그동안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 표현의 해방구’ ‘표현의 자유, 독립정신’을 표방하며 마니아층을 형성해 왔다. 올해는 마니아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으로까지 관객층을 넓히려는 기획이 돋보인다.

영화 마니아를 향한 논쟁적 도전적 영화는 클래스를 증설하고 일반 시민을 향한 대중적 영화와 프로그램을 늘렸다. “전주영화제가 지역 주민과 유리돼 있다”는 지적을 수용한 결과다.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가 5월 3일부터 열흘간 전북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는 역대 최대인 46개국 246편(장편 202편, 단편 44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 개막작은 ‘야키니쿠 드래곤’, 폐막작은 ‘개들의 섬’

일본 출생 정의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야키니쿠 드래곤’이 개막작으로 낙점됐다.

영화는 일본 오사카에서 작은 야키니쿠(불고기) 가게를 운영하는 재일 한국인 가족을 통해 재일교포의 애환을 그려낸 작품이다. 한 가족과 이웃들이 삶 속에서 싸우고 화해하며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폐막작은 미국 출생 웨스 앤더슨 감독의 두 번째 애니메이션 영화 ‘개들의 섬’이다. 영화에서 소년 아리타는 쓰레기 섬으로 추방된 자기 애완견을 찾으러 떠나고, 이곳에서 만난 다섯 마리 개들과 모험을 펼친다.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제68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개막작이자 감독상을 받은 작품이다.

○ 더 새롭고 실험적인 영화

올해도 사회 문제와 논쟁적 주제를 담아낸 영화가 곳곳에 배치됐다.

한국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조성빈 감독의 영화 ‘비행’은 범죄에 빠져드는 탈북자들의 삶을 다뤘다. 원전 사고 이후의 재앙을 그린 ‘낯선 자들의 땅’과 헬조선으로 요약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침착하게 파고든 ‘내가 사는 세상’도 주목할 만하다.

발칙한 상상력과 혁신적 스타일을 앞세운 ‘프런트라인’ 섹션도 다양한 소재의 영화로 채워졌다. 터키의 항구도시 보드룸을 배경으로 한 여성주의 영화 ‘홀리데이’와 7시간 50분에 달하는 상영 시간 동안 미국의 문제를 논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O.J.: 메이드 인 아메리카’도 상영된다. 주인공 4명의 하루를 따라가면서 중국 사회의 암울한 자화상을 담아낸 ‘코끼리는 그곳에 있다’도 눈여겨볼 만하다.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부문에서는 여균동 감독의 ‘예수보다 낯선’, 백승화 감독의 ‘오목소녀’ 등이 기대작으로 꼽힌다. 이미 개봉해 사랑을 받은 영화 ‘1987’과 ‘강철비’, ‘리틀포레스트’, ‘곡성’ 등도 다시 상영된다.

○ ‘전주 돔’ 업그레이드…이벤트도 풍성

비가 내려도 영화 상영에 지장이 없도록 야외에 설계된 ‘전주 돔’이 전면 개편된다. 환기 시설을 확충하고 냉난방 시설을 보수한다. 지난해 지적됐던 돔 안의 울림 현상은 사운드 시스템을 개선하고 영화관용 스크린을 구매해 영화 상영의 질을 높이기로 했다. 전주돔과 부대시설이 들어서는 ‘전주라운지’에는 관객이 머물 수 있는 쉼터가 조성되고 물품 보관, 휴대전화 충전 등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존’도 마련된다.

축제의 핵심 공간이 될 영화의 거리 곳곳에서는 ‘100필름, 100포스터’ 전시가 펼쳐진다. 전시는 영화의 거리에서 남부시장까지 이어지며, 그래픽 디자이너 100명이 디자인한 상영작 100편의 포스터를 영화제에 방문한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이충직 집행위원장은 “영화 마니아를 넘어 지역 주민에게 다가가야 영화제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며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즈니 영화 등 더 많은 관객을 만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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