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휩싸인 해운대 센텀호텔에서 무슨 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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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배분 둘러싸고 내부 갈등… 운영사-소유주 운영권 법적 분쟁
200여명 투자자 수익금 못받아

“일부 투자자만 수익금을 받는다는 게 말이 되나요. 판결도 오락가락해 정말 힘듭니다.”

5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호텔에서 만난 A 씨(68)가 호텔 프런트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 호텔에 약 1억5000만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1년 10개월간 투자 수익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A 씨는 “1000만 원 넘게 못 받았다. 은행 이자보다 나을 것 같아 결정했는데 후회가 크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 센텀호텔의 운영권 분쟁이 지속되면서 상당수 투자자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2007년 문을 연 해운대 센텀호텔은 국내 최초 수익형 분양호텔이다. 지하 5층, 지상 20층 규모에 543개 객실을 보유한 이 호텔은 500여 명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건설됐다. 하지만 현재 투자자 중 절반 정도만 수익금을 받고 있고 나머지는 못 받는 상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호텔은 수년 전부터 수익 배분을 둘러싸고 운영사와 소유주, 소유주 내부에서 갈등이 지속됐다. 전 운영사 대표가 횡령을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전 운영사가 위탁 기간이 끝나기 직전까지 ‘호텔관리단’이 구성되지 못해 운영이 중단될 위기에 몰렸다. 호텔관리단은 호텔 객실과 상가의 소유자 단체를 말한다.

당시 운영사는 호텔관리단이 구성되지 못할 경우 운영사를 별도로 지정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2016년 12월 새 운영사로 ㈜한창어반스테이(한창)와 계약을 맺었다. 한창 관계자는 “수십억 원을 들여 적법하게 호텔 운영권을 인수했고 구분 소유자들에게 수익금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소유자 중 일부가 지난해 2월 호텔관리단을 결성하며 권리 주장에 나섰다. 이들은 구분 소유자 466명 중 267명이 참석한 가운데 투표로 관리인, 관리단 임원을 구성했다. 관리인 김기대 씨는 “선거관리위원회를 모집하고 집회를 갖는 등 법적 절차에 따라 구성한 단체”라며 “호텔관리단이 운영사를 선정할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개모집을 통해 두 달 뒤 총회를 열고 투표에 따라 신우에이엠씨(신우)를 운영사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우리는 한창과 전 운영사가 운영권을 사고팔기 전인 2016년 10월에 이미 법원으로부터 관리단 집회 소집을 허가받았기 때문에 한창과 전 운영사 간의 계약은 소유주의 허락 없이 이뤄진 명백한 불법 거래”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창 측은 “이미 계약을 통해 적법하게 운영 중인데 호텔관리단이 낸 공개모집에 참가할 이유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신우가 312개, 한창이 277개의 객실과 계약을 맺고 있으며 69개 객실은 양쪽과 모두 계약돼 있다. 현재 운영사인 한창은 자사와 계약을 맺은 사람에게만 수익금을 주고 있다.

신우와 계약을 맺은 투자자가 받아야 할 수익금에 대해선 압류 신청이 받아들여져 한창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해 9월 크게 충돌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호텔관리단과 신우 측이 한창을 상대로 낸 부동산명도단행 가처분 소송에서 “한창의 운영권 인수가 적법하지 않다”며 호텔관리단의 손을 들어준 것이 계기였다. 법원의 강제 집행이 진행되면서 양측의 직원과 용역이 서로 충돌했고 400여 명의 숙박이 취소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졌다. 프런트, 관리사무실 등을 넘겨받은 호텔관리단은 신우와 함께 호텔 운영을 준비했다.

그런데 법원은 올해 2월 본안 소송에서 다른 판단을 내렸다. 동부지원은 호텔관리단이 제기한 부동산 인도 소송에서 “건물 전체 공용부분의 관리는 상가와 객실 소유자들로 구성된 원고(호텔관리단)에게 속하지만, 일부 공용부분에 해당하는 호텔의 관리·운용회사 선정은 객실 소유자의 의사에 따라 선정할 수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 일부 패소로 판결했다. 건물 전체에서 사용하는 기전실과 방재실은 호텔관리단 측에 인도해야 하지만, 호텔 운영을 위한 로비와 프런트, 사무실 등은 인도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창 관계자는 “자사의 운영이 적합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호텔관리단 측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즉각 항소했다. 이들은 “관리단은 이 호텔 소유주들이 만든 적법한 단체인데 소유주가 운영사를 선정하지 못하고 운영사끼리 거래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에게도 운영권을 따로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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