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혐의 다퉈볼 여지”… 안희정 ‘업무상 위력’에 갸우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6일 03시 00분


안희정 두 번째 영장도 기각… 檢, 다음 주초 불구속 기소 검토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사진)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이 5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서부지법 박승혜 영장전담판사(37·사법연수원 36기)는 “범죄 혐의에 대해 다퉈 볼 여지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33)를 상급자로서 압박해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가 분명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또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점에 관한 (검찰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법원은 지난달 28일 안 전 지사에 대한 첫 번째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지금 단계에서 구속하는 것이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의 주요 혐의는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다. 검찰은 안 전 지사가 김 씨에 비해 현저히 우월한 상급자로서 인사상 불이익을 거론하는 등의 구체적인 언행을 하지 않았더라도 김 씨를 압박해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봤다.

하지만 피감독자 간음 혐의에 대해 엄격한 입증을 요구하는 법원은 다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본보가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 판례 9건을 분석한 결과, 법원은 가해자가 협박이나 약물을 동원해 피해자를 무력화하거나 상습적으로 여러 여성과 강제적인 성관계를 맺은 경우만 유죄로 인정했다.

또 성관계 후 피해자의 태도가 성폭행 유죄 인정 여부의 주요 변수가 됐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는 사건 발생 후 몇 달이 지난 시점에 가해자에게 친근한 느낌을 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다시 강제 성관계가 있었다고 한다면 법원은 성폭행으로 볼 수 있는지 의심하는 것이다. 안 전 지사 측은 김 씨가 지난해 6월 첫 성관계 후 안 전 지사에게 친밀감을 표시한 적이 있다며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성관계를 요구받았을 때 거부 의사를 어떻게 표현했는지도 쟁점이 된다. 검찰은 김 씨가 안 전 지사 앞에서 고개를 흔들거나 “아닌 것 같다”는 말을 한 점을 성관계 거부 의사 표시로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씨가 확 밀치거나 뿌리치지 않았더라도 수행비서 입장에서 최대한의 의사 표시를 한 것이고, 안 전 지사가 이를 무시하고 성관계를 강행했다면 완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은 김 씨의 의사 표시가 완전한 거부인지 의심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다음 주초 안 전 지사를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안희정#두 번째 영장#기각#불구속 기소 검토#검찰#미투운동#성폭행#성폭력#성추행#성희롱#성범죄#피해자#가해자#metoo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