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에 대한 1심 선고 전날인 5일 본보 기자와 만난 정윤회 씨(63·사진)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정 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을 ‘그분’이라고 칭했다. 정 씨는 박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최측근인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최순실 씨(62·구속 기소)의 전남편이기도 하다. 정 씨는 “젊었을 때는 운명을 믿지 않았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그분(박근혜)도 그 사람(최순실)도 나도, 이렇게 되는 게 정해진 운명이었다”고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 씨는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국정농단 혐의로 형사책임을 지게 된 것에 대해 “지나간 일인데 자꾸 말해서 뭣하겠나.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뭐든 지나치면 독(毒)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검찰 조사로 드러난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태에 대해 묻자 정 씨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는 “이제 와서 그런 얘기가 다 무슨 소용이냐. 그때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닌가. 좋은 선택도 있고 나쁜 선택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이른바 ‘세월호 7시간’을 수사한 검찰은 참사 당일 오후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최 씨와 회의를 했으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도 최 씨의 제안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정 씨는 한때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있었다는 의혹에 시달렸다. 이에 대해 정 씨는 “이제 다 클리어(Clear)된 것 아니냐. 내가 검찰 조사까지 받았고 위치 추적까지 이뤄졌다”며 얼굴을 붉혔다.
정 씨는 박 전 대통령을 보필했던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전 비서관 등 3인방에 대해 다소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정 씨는 “서로 살갑게 연락을 주고받은 지도 10년이 넘었다. 내가 연락하면 부담될까 봐 안 했는데 (3인방도) 나한테 서운한 게 있을 거고, 나도 서운한 게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더 이상 구체적인 말은 하지 않았다. 정 씨는 다만 박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에 대해선 “이재만이도 안봉근이도 대통령을 잘 모셔보려고 그렇게 한 것 같다”며 “정호성이는 정말 고지식해서 시키는 대로만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최 씨의 항소심 재판 전략과 관련해 최 씨 측과 연락을 주고받느냐’는 질문 등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지방 모처에 칩거 중인 정 씨는 딸 정유라 씨(22)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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