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자전거전용차로 개통 기념
8일 세종대로~종로2가 통제… 밤 9시까지 우회도로 정체 극심
정작 도로 걷는 시민들은 한산
8일 서울 종로에서 ‘차 없는 거리’ 행사가 열렸습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세종대로 사거리부터 종로2가 교차로까지 880m 구간 양방향의 차량 운행을 통제했습니다. ‘사람이 걷는 거리’를 표방하며 지난해 두 번 시범 운영했고, 올해부터 상·하반기 한 번씩 열립니다. 특히 이날은 종로1가에서 종로6가 교차로 방향 2.6km 구간에 자전거전용차로가 개통된 것을 기념하는 행사였습니다.
오전에는 자전거족 수백 명이 자전거를 타고 달렸습니다. 그러나 오후로 접어들자 길이 880m의 차 없는 거리는 한산해졌습니다. 인도의 시민들은 여전히 어색한지 찻길로 잘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어린이 댄스팀이 공연했지만 팀 관계자들을 빼면 관람객은 많지 않았습니다.
지켜보는 동안 ‘왜 이곳에서?’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주말에 여기서 춤추고 롤러스케이트를 타야 하는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30여 년 전 ‘차 없는 거리’였던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를 재현하려는 것일까요.
같은 시간 통제구간 바깥 ‘차 다니는 거리’ 사정은 달랐습니다. 종로를 관통해 다른 지역으로 가는 시내버스들이 우회하느라 휴일인데도 체증이 생겼습니다. 여기저기서 짜증 섞인 경적이 울렸습니다. “종로를 막으면 어떡하자는 거냐”는 불만도 터져 나왔습니다. 종로2가 교차로에서 힘겹게 교통정리를 하던 택시 ‘모범운전자’와 경찰관 등 8명은 오후 5시경부터 내린 차가운 비를 맞아가며 운전자들의 항의를 받아내야 했습니다.
‘걷기 쉬운 서울’을 만들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뜻에 동감합니다. 그러나 간선도로를 걸어야만 보행환경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이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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