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 3학년인 김보통 군은 앞으로 고교 3학년 내내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 모두 ‘다걸기(올인)’해야 한다. 고3 2학기 성적까지 대입에 반영되는 데다 어느 전형이 자신에게 유리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 군 선배들은 고3 1학기 내신성적만 반영됐고 9월부터 수시 지원을 하는 선배들은 사실상 2학기 수업은 들을 필요가 없었다. 김 군의 수능일은 11월 첫째 주다. 선배들보다 2주 빨라졌다. 어느 대학, 어떤 전형에 응시할지는 수능 성적표를 보고 결정하면 된다. 단, 응시 기회가 줄어들어 고민은 더 많아졌다.
11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 중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안을 토대로 한 현재 중3 학생의 가상 시나리오다. 국가교육회의 결정에 따라 여러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지만 이 중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만약 통합된다면 1997학년도 대입 때 처음 도입된 수시의 개념이 25년 만에 사라지는 셈이다.
○ 수시·정시 통합에 수능 절대평가 유력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고 수능 이후에 모든 전형을 실시하면 대입 전형 일정은 기존보다 2개월 줄어든 4개월(11월부터 2월까지)이 된다. 전형 일정이 짧아 수능 시험일도 11월 셋째 주에서 첫째 주로 앞당겨진다. 수험생은 수능 성적 발표 후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에 지원할 수 있어 수능 성적이 잘 나와도 수시에 합격하면 정시 전형에 응시하지 못하는 일명 ‘수시 납치’를 피할 수 있다.
반면 수험생 선택권이 줄어든다는 우려가 있다. 현재 최대 9회인 대입 응시 횟수가 6회로 줄어든다. 전형 일정이 짧아 대학이 학생 평가에 소홀해질 수도 있다.
수능 평가 방식과 관련해서는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과 상대평가 유지 두 가지 안이 있다. 교육부가 가장 무게를 두고 있는 건 수시·정시를 통합하면서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이때 예외적으로 같은 대학 지원자 중 수능 동점자가 있을 때에만 대학에 제한적으로 수능 원점수를 제공한다. 이 방안은 ‘대입 단순화’와 ‘학업 부담 경감’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 방향을 가장 잘 구현한 방안으로 진보 성향 교육단체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의대처럼 최상위권 수험생 대다수가 동점자일 확률이 매우 높아 학습 부담은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제2외국어·한문 과목은 아랍어 쏠림 현상이 심해(73.5%) 전체 평가 방법과 별도로 절대평가로 전환되는 게 거의 확실하다.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 간 선발 비율도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수능 선발 비율이 다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학종 선발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여론이 워낙 커졌기 때문이다. 2015학년도 대입에서는 수능 선발 비율(31.6%)이 학종(16.1%)보다 높았지만 2019학년도 대입에서는 수능은 20.7%, 학종 24.4%였다.
○ 6월 지방선거 의식해 공 떠넘겼나
교육부는 여러 시나리오 도출이 가능한 ‘열린 안’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국가교육회의에 공을 떠넘긴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8월 대입 개편안 1년 유예를 발표한 뒤 7개월 동안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것이다.
이를 두고 결국 당정청이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교육부는 3월 말∼4월 초 대입제도 개편 자체 시안을 만들겠다고 했으나 발표가 임박하면서부터 기류가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보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국가교육회의에서 남은 4개월 동안 합의를 잘 이끌어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하늘교육 대표는 “그동안의 갈등이 봉합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불씨가 될 수도 있다”며 “절대평가도 원점에서 검토하는데 교육부의 정책 의지가 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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