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사진)가 자신의 수행비서를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결국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오정희)는 피해자 김지은 씨(33)를 상대로 한 성범죄의 상습성이 인정된다며 11일 안 전 지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달 5일 김 씨가 언론을 통해 처음 폭로한 지 37일 만이다. 안 전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다. 앞서 검찰이 안 전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2차례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된 바 있다.
검찰은 지난해 7월부터 올 2월까지 성관계 4차례와 성추행 6차례 모두 강압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가 구체적인 불이익을 언급하지 않았어도 ‘현저히 우월한 상급자의 지위’가 김 씨에게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이유다. 김 씨가 주변 사람에게 피해 사실을 알린 때와 정신적 고통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시기가 일치한 점이 근거가 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지인들에게 안 전 지사 관련 문제를 언급했다. 또 비슷한 때부터 수차례 병원 진료를 받았다.
올 2월 김 씨가 자신의 컴퓨터 등을 통해 수십 차례에 걸쳐 ‘미투(#MeToo·나도 당했다)’ 관련 내용을 검색한 사실도 확인됐다. 김 씨가 안 전 지사로부터 마지막 피해를 당하기 약 열흘 전부터다. 검찰의 이번 기소는 김 씨를 상대로 한 성범죄 혐의가 대상이다. 안 전 지사의 성범죄를 추가로 주장한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여직원의 고소 사건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두 번째 피해자의 경우 진술이 상세한 부분도 있지만 일관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가 친구의 건설사가 보유한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을 사용한 것도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안 전 지사는 해당 기간에 다섯 차례 사용했다. 이 기간 건설사 직원들도 사용했다. 안 전 지사에게 전적으로 제공한 것이 아니라 청탁금지법을 어겼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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