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뇌졸중 발생땐 119구급차 이용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8일 03시 00분


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

박희권 인하대병원 신경과 교수(오른쪽)가 뇌졸중이 심해 혈전용해술과 스텐트 삽입 시술을 받은 차영업 씨의 몸 상태를 살피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박희권 인하대병원 신경과 교수(오른쪽)가 뇌졸중이 심해 혈전용해술과 스텐트 삽입 시술을 받은 차영업 씨의 몸 상태를 살피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차영업 씨(92)는 지난해 11월 3일 밥을 먹다 왼손으로 밥그릇을 잡을 수 없었다.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평소처럼 소일거리로 화투를 치려 했지만 역시 패를 손에 쥐지도 못했다. 뇌졸중(뇌중풍)이 다시 왔나 걱정이 된 차 씨는 급히 119 구급차를 불러 인하대병원을 찾았다.

박희권 인하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차 씨 동맥의 굳은 피를 녹이는 혈전용해술을 시도했지만 구토 증상이 심해 먼저 뇌혈관에 이상은 없는지 뇌혈관조영술로 알아봤다. 보름 후 풍선으로 경동맥을 넓혀 스텐트 시술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시술하기에는 몸의 위험도가 높았다. 재활의학과에서 집중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차 씨의 몸은 호전됐다. 그는 발병 한 달여 만인 지난해 12월 11일 스텐트 삽입 시술을 마치고 건강을 되찾았다.

고령의 뇌졸중 환자이지만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제때 시술을 받은 뒤 집중 치료를 하자 증상이 호전된 것이다. 박 교수는 “90세 안팎이라도 5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 뇌졸중 발병 초기에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으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홀로 사는 노인이 뇌졸중을 일으키면 무엇보다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 혼자서라도 119로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부르는 것이 좋다.

뇌졸중 중증 환자라면 발병 24시간 이내 인하대병원처럼 뇌졸중 전문치료실이 있는 병원에 시술과 치료를 받으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2년 전부터 건강보험 급여의 90%(30일 이내 지급)를 정부가 부담한다. 나이나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지원받을 수 있다.

박 교수는 “1분을 아끼면 뇌세포 200만 개를 살릴 수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있다. 뇌졸중 증상이 생겼을 때 혈전용해술을 할 수 있는 전문병원을 빨리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병원은 국내 20∼30곳에 불과해 발병 초기 어느 병원으로 가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뇌졸중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전문의 처방 없이 멋대로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중년층이 없지 않다. 이것은 피해야 한다.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 아스피린을 장기 복용하면 뇌출혈 빈도가 20∼30%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보통 뇌졸중이 발생하고 3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해서 혈전용해술을 받으면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인천지역 권역센터인 인하대병원은 뇌졸중 전문치료실 같은 최신 의료설비를 갖추고 24시간, 365일 뇌졸중 전문 교수진이 응급 진료한다. 뇌졸중은 당뇨와 고혈압 등 위험인자를 잘 관리하면 발생률을 80%까지 줄일 수 있는 질환이다.

박 교수는 “뇌졸중은 재발률과 후유증 등이 심각한 질환이긴 하지만 고령 환자도 적절한 예방 조치와 발생 후 빠른 치료를 받으면 이후 경과를 호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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