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대 사회과학대에서 ‘아동 보호 체계의 진단과 개선 과제’ 좌담회가 열렸다. 이날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연이어 나오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인력 등 인프라와 예산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아동보호) 정책은 있는데 실체(인프라, 예산)가 없다.”
“아동학대 대응은 뇌수술보다 어렵다.”
1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에서 열린 ‘아동보호 체계의 진단과 개선과제’ 좌담회에선 열악한 대한민국의 아동보호 현실에 대한 의견이 쏟아졌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예방 대책이 연달아 나오고 있음에도 정작 실질적인 인프라 구축과 예산 지원은 절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초 고준희 실종아동 사망 사건을 비롯해 광주 3남매 화재 사건, 군인 외삼촌의 학대사망 사건 등이 충격을 줬다. ‘2016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4∼2016년 3년간 사망한 아동은 66명이나 된다.
이날 좌담회에는 서울대 이봉주, 가톨릭대 이상균, 서울여대 김진석 교수(이상 사회복지학), 명지대 우석진 교수(경제학),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 김봉겸 보좌관, 임광묵 전남중부권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임 관장은 “정부가 아동보호 대책을 내놓는 등 국가의 공적 책임을 강화한 건 긍정적”이라면서도 “아동보호전문기관 수가 적어 한 명이 3시간 넘는 거리의 시군구까지 맡아야 할 정도로 인프라가 받쳐주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보조 공공지출 규모는 1.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43%에 못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GDP 대비 아동학대 비용을 산출한 결과 한국은 연간 0.03∼5.10%(4000억∼76조 원)나 됐지만 국가의 아동보호 재정은 200억 원에 불과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3만4221건. 아동복지법에 ‘모든 시도 및 시군구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설치한다’고 돼 있지만 현재 전국의 아동보호기관은 62곳에 불과하다.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남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한 명이 맡는 아동은 무려 6360명에 이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상담원 한 명이 담당하는 1820명의 3.5배에 이르는 수치다.
임 관장은 현장의 고충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아동보호 대책을 수행할 인력이 절대 부족한 상태다. 그나마 전문 인력도 고된 업무에 그만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장기 대책보다 단기적 미봉책만 나오고 있어 답답하다.”
좌담회 사회를 맡은 이봉주 교수는 “한국이 아동학대와 관련한 법률 시스템은 갖췄지만 서비스 부분은 미흡하다”며 “민간, 공공 분야의 아동보호 서비스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드러나지 않게 폭력을 당하는 아동이 많다는 점이다. 아동 1000명당 신고 사례에서 한국은 3.4‰로 미국(55.2‰)에 비해 매우 낮다. 이상균 교수는 “피해신고 못지않게 아동학대 위험도에 따라 가족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등 대응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진석 교수는 ‘아동 최상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국내 시설에 입소한 아동의 경우 부모 가출(36.1%), 경제적 어려움(26.2%) 등 보호 대상 아동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경제위기 등의 영향으로 가족 기능이 약화됐고 아동이 그 피해의 대상이 된 셈이다. 이상균 교수는 “아동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인력을 양성하는 동시에 예산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