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의혹 김성룡 9단, 마이크 쥔 ‘바둑 보급기사’…‘이세돌-알파고’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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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4월 18일 16시 28분


사진=바둑TV 캡처
사진=바둑TV 캡처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바둑 해설가 김성룡 9단은 한국기원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등 인지도가 높아 바둑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1991년 16세의 나이에 프로에 입단한 김성룡 9단은 이창호 9단의 벽에 가려 프로기사로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첫 타이틀은 2004년 제1기 전자랜드배 우승. 입단 13년 만에 이뤄낸 감격의 타이틀이었다.

김성룡 9단은 마이크를 쥘 때 더욱 주목 받았다. 스스로를 ‘바둑 보급기사’라고 칭할 정도. KBS의 ‘바둑왕전’ 해설가로 전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바둑TV’와 ‘바둑ch’ 등에서 활약하며 명해설가로 입지를 굳혔다. 그의 명해설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철저한 사전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성룡 9단은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 중계를 맡아 바둑 팬이 아닌 대중에게도 다가갔다. 이러한 명성을 바탕으로 김성룡 9단은 현재 한국기원 홍보대사, KB 바둑리그 포스코컴텍 감독, 세종시바둑협회 전문이사, 바둑TV 해설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편, 17일 한국기원 프로기사 전용 게시판에 김성룡 9단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A 씨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 글이 올라왔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여자 프로기사인 A 씨는 “2009년 6월 5일 김성룡 9단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같이 오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다가 술이 많이 마셨고, 그의 권유대로 그의 집에서 잠을 잤다. 정신을 차려보니 옷은 모두 벗겨져 있었고 그놈이 내 위에 올라와 있었다. 그가 나를 강간하고 있는 상태에서 나는 눈을 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A 씨는 “외국인 여자기사로서 그동안 지내오면서 내가 얼마나 힘이 없는 존재인지 실감했다”면서 “9년간 혼자만의 고통을 감내하는 동안, 김성룡은 바둑계에 모든 일을 맡으며 종횡무진으로 활동했다. 방송, 감독, 기원 홍보이사 등등. 나는 9년 동안 그 사람을 피해 다녔는데, 그 사람은 나에게 요즘도 웃으며 인사한다.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을 보면 그 날의 일 때문에 내가 얼마나 무섭고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A 씨의 주장과 관련해 한국기원 측은 김성룡 9단이 변호사를 선임해서 소명자료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한국기원은 미투 운동 관련 임시 운영위원회를 열고 미투 운동 대응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윤리위원회는 미투 관련 의혹의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2차 피해 최소화에 힘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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