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몇년 살고 나오면 그만?…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 조세포탈로 엄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8일 20시 54분


검찰이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벌어들인 범죄 수익에 탈세 혐의를 적용해 엄벌에 나섰다. 또 국세청과 공조해 탈루한 세금도 추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재억)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에 관여한 조직폭력배 13명을 포함해 73명을 적발하고 45명을 도박장소 개설 또는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들이 포탈한 세액은 2000억여 원이다.

검찰은 국세청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이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도록 조치했다. 이는 검찰에서 인지한 수사로는 첫 사례다.

이번 수사는 지난해 4월 대법원이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발생한 매출액과 수익금에 대해 각각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과세 대상이 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다 적발될 경우 대부분 도박장소 개설이나 국민체육진흥법상 도박장 개장 등의 혐의만 적용됐다.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5000만 원 이하라는 다소 낮은 수위의 처벌만 받은 것이다. 형량이 높지 않아 처벌받더라도 ‘몇 년 살고 나오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했고 2015년 기준 불법 도박 규모가 약 83조70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도박 범죄가 기승을 부렸다.

검찰은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도박사이트 운영자에게 법정형이 더 높은 조세포탈죄를 적용한 것이다. 도박사이트 운영자의 연간 포탈세액이 10억 원 이상일 경우 무기징역 또는 징역 5년 이상의 형량 선고가 가능하고 포탈액의 2~5배에 해당하는 벌금도 물릴 수 있다. 검찰은 형평을 고려해 과거 도박장소개설 등의 혐의로 복역 후 출소한 이들도 조세포탈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기소하고 일부는 재구속했다.

이번에 검찰이 기소한 도박사이트 관련자 중에는 중국 청도 등에 사무실을 두고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하며 140억 원을 탈세한 성남 국제마피아파 출신 K씨(38) 일당도 포함됐다. 이들은 범죄수익으로 벤틀리, 페라리, 마이바흐 등 고가 차량을 리스해 타거나 브레게, 예거 르쿨트르, 롤렉스 등 고가의 명품 시계를 차고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또 사건을 관할하는 경기 성남시 수정경찰서 강력팀장 N씨(51·구속 기소)에게 3700만 원의 뇌물을 주기도 했다. 이 밖에도 검찰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에 관여한 답십리파, 고흥파, 신미주파, 유성파, 신유성파, 21세기파, 익산 대전사거리파, 해남십계파 소속 조직원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수사 노하우 등 수사실무를 매뉴얼로 만들어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에 대해 조세포탈 범죄 수사가 병행될 수 있도록 전파하겠다고 밝혔다. 또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범죄 외에도 조직폭력배들이 개입된 지하경제 등 다른 범죄에 대해서도 조세포탈 혐의를 적극 적용하고 범죄수익을 철저히 박탈해 조직자금원을 차단할 방침이다.

김윤수 기자 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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